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총수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공정거래법상 삼성의 동일인(총수)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동일인 변경의 사유에 대해 이 회장이 여전히 기업집단 삼성의 최다 출자자이고 그룹 회장의 직책에 있으나 2014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일체의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의 새로운 총수로 이 부회장이 지정된 데에는 지난해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결정도 한몫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배력 요건을 판단할 때 그룹 전체 조직과 사업 구도와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누가 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며 "삼성은 여러 정황이 있지만 미래전략실 해체가 그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전략실 해체는 삼성그룹 조직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판단 사안"이라고 평가하며 "이 부분을 이 회장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이 결정하고 실행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삼성의 동일인 지정 변경으로 계열회사 재분류 등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일단 삼성그룹의 기업집단 변경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그룹의 경우 계열사의 개인 지분 비율이 높지 않은 데다 이 부회장은 배우자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가 삼성의 동일인을 이 부회장으로 변경하면서 법적 책임의 당사자도 바뀌었다.
앞으로 삼성그룹 계열사가 사익편취 금지 등의 공정위 규제를 위반했을 경우 앞으로는 오랜 기간 와병 중인 이 회장이 아닌 이 부회장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공정위는 자료 제출도 공식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삼성은 공정위가 삼성의 동일인을 이 부회장으로 변경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총수가 바뀌는 것인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전히 회장 직책을 가진 이 회장을 제치고 이 부회장을 총수로 부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과거와 같은 '선단식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재판 과정에서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님이 마지막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분이 되실 거라고 저 혼자 생각했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해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은 기존 선단식 수직 계열화된 경영 구조를 소그룹 TF(테스크포스) 체제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경영으로 전환했다.
삼성 측은 이날 이 부회장이 총수로 지정된 것과 관련 “회사가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