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융(鄭繼永) 중국 푸단대 교수(사진)는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이후 북한 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한국·북한센터 주임을 겸하고 있는 한반도 전문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 교수는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만 해도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개념이 모호했지만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남북 회담을 거치며 좀 더 명확해진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만큼 북·미 회담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이후에는 북한이 개방 경제의 길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북한 내부에서는 개혁·개방이라는 중국식 표현보다 조정과 혁신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며 "김 위원장이 유럽에서 유학했고 사정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가 이뤄지면) 개방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폐쇄성은 서구적 시각으로 재구성한 허상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북한이 처음부터 폐쇄적인 국가였던 것은 아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서 대북 제재에 나서면서 병영국가나 강성국가 이미지를 덧입혀 북한이 폐쇄적이라고 연상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북한도 다른 국가와 똑같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며 "대외 방문 때마다 퍼스트 레이디인 리설주 여사와 동행하고, 평양과 서울의 표준시를 맞추기로 결정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중국의 경제 발전이 김 위원장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을 것으로 봤다. 그는 "공산당 체제에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지켜보며 김 위원장도 노동당을 중심으로 인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경제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중국의 개혁·개방을 학습하며 북한 특색의 조정과 혁신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한·미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론'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 교수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한반도 정세에 기여해 온 측면, 남북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차이나 패싱은 불필요한 걱정"이라며 "오히려 김 위원장이 더 용감하게 대화의 장에 나설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북한 입장에서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며 "중국은 1990년대부터 북·미 접촉과 대화를 요구해 왔고 한반도 안정을 가장 원한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가 한·중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한·중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드(THAAD·고도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비롯한 안보 측면의 불신"이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안보 차원의 신뢰감이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남북과 동시에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중국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앞으로 한·중 관계가 이전보다 더 친밀한 '신형 관계'로 도약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