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완전하고 검증하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원한다. 이 것이 협상을 위한 부풀리기가 아니라고 한다면 미국의 요구는 명백한 상수다. 이제 변수는 미국이 제시하는 CVID의 대가가 북한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냐로 좁혀진다. 앞서 말한 열강들과 우리의 요구에 부응한다면 문제는 좀더 단순해진다.
북한은 아직 요구사항을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언급했던 사항들을 종합하면 크게는 평화협정과 경제원조의 두 가지 축으로 볼 수 있다. 평화협정은 과정에서 종전협정을, 그 결과물로는 북미수교를 내포한다. 경제원조는 기존 경제제재 해제가 선행되고 핵폐기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 뒤따르는 개념이다. 북미가 지난해 10월부터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미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인다. 하지만 핵폐기의 구체적인 값을 정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테이블에 올려놓기 꺼려졌던 민감한 사안들이 나올 경우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 중 하나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언론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철수 주장을 철회한다고 명시한 적도 없다. 북한은 미국과 수교 관계를 맺을 경우 주한미군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거나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지금과 같은 성격의 주한미군은 원치 않거나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CVID가 관철된 형태로 협상이 타결되려면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 경우어떤식으로든 상당한 분담금을 감수해야 한다. 시진핑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밀월을 막지는 못해도 적어도 김정은과 자신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철수란 보상이 없다면 시진핑이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웃는 얼굴로 테이블에 앉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주변 열강, 특히 중국의 이해관계를 간과해선 안된다. 주한미군 철수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답보상태일 때 그에 대응할 플랜B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