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로드맵 합의에 난관이 있는 만큼, 사소한 것조차 돌다리를 건너듯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표현을 즐겨 쓴다. 2012년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세부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한반도뿐 아니라, 전세계 정세를 가를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글귀라 생각한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이 영어표현은 ”God is in the details.(신은 디테일에 있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는 독일의 유명 건축가인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가 성공 비결에 관한 질문에 항상 내놓던 대답이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5월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1년여 가까이 지나고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지난 시간은 적폐청산,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 한반도 운전자론을 통한 ‘2018 남북정상회담’ 견인 등 하루하루가 숨가쁜 시간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때론 낯설거나 때론 파격적인 그의 정책들은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70%대에 이르는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한반도에 흘러넘치는 긍정의 에너지에도 현 정부의 실패를 이끌 ‘디테일의 악마’는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악마는 ‘인사(人事)’라는 이름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문 정부 출범 초기, 파격적인 인사는 국민에게 신선함이라는 단어로 다가왔다.
기존 주류 세력과 거리가 먼 인물을 대거 등용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후 여러 인사에서 잡음이 이어졌다.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조대엽 고려대 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청문회 후 자진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금융감독원장 후보에 올랐던 김기식 전 의원 등.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문 정부 들어 산하기관장에 임명됐거나 선임을 앞둔 인물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산하기관을 관리하는 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당초 이 사건은 ‘중앙부처 공무원의 갑질’에 대한 응당한 조치로 평가됐다. 그러나 ‘을(乙)’의 입장이라던 당사자가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국립중앙의료원장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반전을 맞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더욱 가관이다. 유영민 장관이 공석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에 부산 동래고등학교 후배인 하성민 전 SK텔레콤 사장을 임명하려는 것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은 논란이 확산되자 현재 3배수 추천을 무효화하고 재공모 절차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가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국가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관련 기관의 수장 선임이 늦어질 경우 산업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장관이 산업 육성이 아닌 자신의 친분관계를 우선으로 인사를 좌지우지할 경우 이는 또다른 적폐일 뿐이다.
어느 역사에서나 정권 초기 논공행상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도 논공행상이 공정하지 못하면 군신 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신료 간 암투를 싹트게 해 나중에 큰 분란을 초래한다고 나와 있다.
최근 정부 인사의 문제점이 불거지며 지지그룹 내에서도 그간 억눌려 있던 인사불만이 급속히 표출되고 있다.
지금은 남북정상회담 등 거대 이슈로 인해 잠복해 있지만, 인사문제야말로 지지율 70%라는 거대한 둑을 무너트릴 수 있는 구멍이 될 수도 있다.
당장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18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과 향후에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숨어 있는 '디테일의 악마'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