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물량에 따른 역전세난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마치 테트리스 게임에서 블록이 속절없이 쌓이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간 주택시장 호황으로 대거 공급된 아파트가 전셋값 급락과 역전세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입주했거나 입주가 예정된 물량은 전국적으로 44만 가구에 달한다. 작년(38만572가구)보다 16.6% 증가한 수치이며, 이는 2000년 이후 18년래 최대치다. 이 중 경기도가 16만2673가구로 가장 많다.
입주물량이 늘어난 만큼 미입주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입주기간이 만료된 전국 아파트 단지의 입주율은 75.6%를 기록, 5개월째 70%대에 머물렀다. 입주 아파트 10가구 중 2.5가구는 빈집으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미입주 사유로는 '세입자 미확보'가 42.0%로 가장 많았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대표 아파트 단지인 '잠실 엘스' 전용 84㎡ 주택형은 연초 대비 2억원 이상 떨어진 7억4000만원에 전세 급매물이 최근 등장했다. 연초 10억원까지 전세 거래됐던 리센츠 전용 84㎡ 주택형은 현재 7억원 중후반~8억원 초반까지 전셋값이 내려갔다.
현장에선 위례신도시에서 입주 2년차 전세물량이 나오고 있고, 연말 입주하는 1만 가구 규모 '송파헬리오시티'의 영향도 크다고 말한다. 마음 급한 집주인들이 연초부터 전세 매물을 쏟아내면서 일대 전셋값이 경쟁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일 발표한 3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한달 만에 0.08% 하락했다. 지난달 5년7개월 만에 전셋값이 내린 후 2개월째 하락세다.
입주물량 증가가 일시적이 아닌 수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시장 영향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매맷값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전세가격이 주춤하면 급매물 증가와 매매가격 하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집주인들이 그간 올려 받은 전세금을 이용해 주택을 다수 구입한 경우 손실이 크게 확대될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서울에 역전세난이 나타났는데 당시 집주인들은 대출받아 전세금을 돌려주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이 법원 경매로까지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같은 사례가 반복되선 안 된다. 정부는 역전세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임대차시장 변동완화 정책 등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