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흰쌀밥, 꼭 챙겨먹습니다…비만 주범아닌 최고 영양식

2018-04-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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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사진 = 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올해 호주오픈 4강을 시작으로 5개 테니스대회에서 연속 8강에 진입해 세계랭킹 19위에 오른 정현 선수가 꼭 챙겨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쌀밥’이다.

‘정현이의 밥심’이 세계 테니스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정현 선수를 지도한 손승리 코치는 인터뷰에서 “시간 여유가 없을 때는 흰쌀밥에 올리브유를 뿌려 먹는다”고 말했다.
쌀의 역사는 인류가 석기를 사용하던 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 30억이 넘는 인구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발견된 ‘소로리 볍씨’를 우리나라 쌀의 기원으로 하면, 1만3000년이 넘는다. 쌀은 우리의 공동체를 이루는 근간이자 농업과 문화의 중심이다.

예로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부모님이 밥상머리에서 “편식하지 말고 하루 세끼 밥 꼬박꼬박 잘 챙겨 먹어야 건강해진다”고 누누이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런데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흰쌀밥은 기피 대상이 됐다.

지난해 쌀 섭취량 조사 결과, 밥 먹는 횟수가 점점 줄고 있다. 열번의 식사 중 여섯번가량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 사람이 먹은 쌀은 61.8㎏으로, 30년 전인 1987년 126.2㎏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다행인 것은 쌀 소비량 감소율이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다는 것이다. 쌀 소비 감소세가 바닥을 쳤다고 조심스레 전망하며, 쌀 소비량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흰쌀밥은 그동안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분당제생병원이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쌀밥이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 예방에 효과가 있고 건강증진 효과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2015년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이 실험용 쥐를 갖고 8주간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다른 식단을 제공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저단백·고탄수화물 식단이 칼로리를 40% 줄인 식단과 동일한 효과를 얻어, 고탄수화물 식단이 체중 증가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듀크대에서 70년간 운영하는 ‘쌀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도 밝혀졌다. 이 대학에서 운영하는 4주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은 평균 8.6㎏, 남성도 13.6㎏을 감량하는 결과를 얻었다.

우리의 주식인 쌀은 △단백질 △지방 △칼슘 △철 △마그네슘 △미네랄 △비타민B군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특히 쌀 배아에 함유된 페놀린산과 폴리페놀이 동물실험 결과 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미국에서도 아침밥을 챙겨 먹는 학생이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보다 성적이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뇌세포와 신경세포는 오로지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잠을 자는 동안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 뇌는 아침에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

쌀은 75∼80%가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는데,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흡수돼 아침에 밥을 먹으면 두뇌활동이 활발해지고 집중력이 향상된다.

이처럼 영양의 보고인 쌀에 기능성이 더해지며, 다이어트 쌀인 고아미를 비롯해 키 크고 머리가 좋아지는 하이아미쌀 등 다양한 쌀이 개발됐다.

어렵게 살던 어린 시절 어머님이 지어주신 하얀 쌀밥이 생각난다. 생일 때나 집안에 경사가 있는 날, 또는 힘든 날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을 지어주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나만의 추억은 아닐 것이다.

습관이 날로 서구화돼 우리만이 갖고 있는 좋은 식문화를 잃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영양덩어리인 쌀을 중심으로 한 식문화가 우리 안에 다시 한번 뿌리내려 온 국민이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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