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풀꽃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더니 사정없이 꽃을 피우는 봄이다. 물오른 나무에서는 새잎이 돋고, 덩달아 사람 마음까지 부산해진다.
생명의 기운이 가장 왕성할 때, 가만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여기 저기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봄이다. 두릅, 엄나무, 오갈피나무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새순이 자라고, 달래, 질경이, 민들레도 벌써 자리를 잡았다. 달콤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돌게 하는 봄이다.
◆봄 두릅만 보아도 장이 즐겁다
횡성5일장은 봄나물로 유명하다. 이맘때쯤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장꾼들로 북적인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횡성5일장은 예로부터 ‘동대문 밖 제일 큰 시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또 ‘성남 모란시장의 더덕가격은 횡성시장이 결정한다’, ‘서울사람은 나물 가지러 횡성에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모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도 그 규모는 크게 줄지 않아 14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는 횡성시장 주변으로 빙 둘러 열리는 5일장은 총 연장 800미터에 이른다.
횡성5일장 상인회에 등록된 장꾼은 132명. 여기에 지역 주민 100여명이 단골로 물건을 가지고 나오고, 전국에서 장보러 오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매 1, 6일에 열리는 장날마다 횡성읍내는 법석을 이룬다.
◆메밀전에 막걸리 한사발이면 장구경 완성
5일장은 지역에서 나오는 제철 식재료가 으뜸인데, 요즘은 단연 두릅을 비롯한 나물이 최고다. 값은 두릅의 경우 묶은 양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개 한 두름에 1~2만원 정도다. 장을 둘러보면 온통 나물이다. 어느 집 텃밭에서 나온 달래, 민들레, 질경이, 원추리, 곰취도 있고, 엄나무순, 오갈피순도 나오기 시작했다. 때를 놓치면 맛은커녕 구경도 못하게 된다.
장구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이면 더욱 그렇다. 구경하는 재미도 재미지만 장거리에 널린 먹거리 또한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입맛에 맞는 먹거리가 지천이다. 호떡이나 튀김, 붕어빵 같은 군것질거리는 물론 녹두전, 도토리묵, 순대, 족발 같은 안줏거리도 많다. 또 시장 안에는 메밀전, 메밀총떡을 파는 집이 10여 군데 있다. 막 부친 메밀전에 막걸리 한사발이면 그야말로 장구경 완성이다. 또 시장 안에는 횡성한우 전문점도 있어 횡성한우를 맛보고 싶다면 장구경 왔다가 횡성한우까지 맛볼 수도 있다.
◆서울에서 이용하기 가장 편한 5일장
횡성5일장은 2002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횡성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경강선 KTX가 개통되고, 서울에서 40분대 접근이 가능한 수도권으로 급부상하면서 횡성장을 찾는 사람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아파트에서도 채소를 길러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쌈채소 모종을 비롯해 화초나 나무를 사러 오는 사람도 늘었다.
주체할 수 없는 봄. 어디론가 가야 한다면 KTX를 타고 횡성으로 가보자. 딱 이 봄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횡성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횡성역에서 내리면 횡성읍으로 가는 시내 순환버스를 이용해 횡성장으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