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경제특구 30년 '而立'의 중국 하이난, 세계 일류 자유무역항으로

2018-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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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세계 일류 자유무역항 도약이 목표, 덩샤오핑 넘는 성과 기대

하이난 개방도 높은 '경제특구', 아태지역으로 뻗는 '관문' 입지

시진핑 주석이 13일 하이난성 경제특구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 현지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출처=바이두지도]


"하이난은 개혁개방으로 태어났고 개혁개방으로 발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지난주 10일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鳌)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 연단에 올라 대외개방 의지를 재천명하고 하이난을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포럼 후 하이난 시찰에 나선 시 주석은 13일 '경제특구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하이난을 중국 특색의 세계적인 자유무역항으로 키우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어 14일에는 국무원이 구체적인 일정표와 분야별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인구 930만명, 총 면적 3만5000㎢ 하이난의 글로벌 자유무역 중심지로의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 참고소식망(參考消息網), 신화통신사 등은 중국 최대 경제특구인 하이난이 수십년간 개방의 '테스트베드'이자 '선발대'로 활약했으며 이제 자유무역항으로 거듭나 제2의 싱가포르, 제2의 홍콩으로 혹은 그 이상의 자유무역 전초기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막강한 1인 집권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분석도 나왔다.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을 뛰어 넘는 경제 성과로 민심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남동부를 중심으로 고속성장을 이끈 덩 전 주석도 하이난을 기대만큼 성장시키지는 못했다. 

◇ 2035년 세계 일류 자유무역항으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14일 공동으로 '하이난 전면적 개혁·개방 심화 지지를 위한 지도의견'을 발표하고 시기별 목표와 주력할 분야, 정책 방향 등을 공개했다.

의견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자유무역시범구 조성에 큰 진전을 이뤄 시장 개방도를 높이고 2025년까지 기초적인 자유무역항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한층 성숙한 제도와 운영모델을 구비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개방도와 경쟁력의 갖춘 일류 자유무역항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2050년에는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를 주도하고 막강한 경쟁력, 문화적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자유무역항 발전을 지원할 투자펀드를 조성해 필요한 자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신화사는 당국이 하이난에게 새롭게 부여한 사명으로 △전면적 개혁·개방심화 시범구 △ 국제관광소비중심 △ 국가중대전략 서비스보장구 △ 국가생태문명시범구로의 도약을 꼽았다.

일단 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해 태평양·인도양을 연결하는 대외개방의 창구로 도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급 측 개혁 △혁신 발전 △인프라 확충과 스마트화 추진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하이난의 기후,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관광자원 확보, 인프라 개선 등에 주력해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쇼핑의 천국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 추진은 물론 해양강국 도약, 전략적 위치를 고려한 군민 융합발전 추진 등 중대 국가 전략 추진에 있어서의 역할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자연의 조화롭고 현대적인 발전이 구현되는 생태문명 건설에 주력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면세 범위를 확대하고 국제 크루즈 노선을 늘릴 예정이다. 의료관광시범구에 대한 지원 역량을 강화해 실력을 키우고 애니메이션, 게임, 콘텐츠 등의 발전으로 문화 소비의 업그레이드도 모색한다. 외자 엔터테인먼트 업체 설립 등도 허용할 방침이다. 이 외에 체육관광시범구를 조성해 체육센터 조성, 복권사업 등도 전개한다.

글로벌 인재 유치에 힘써 혁신 성장 동력도 확보할 예정이다. 특히 철새형 인재를 잡기 위해 이들이 하이난에서 겸직하고 이중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 교육 등 정착을 위한 서비스 수준도 높인다. 국제 인재관리•개혁시범구를 조성하고 홍콩•마카오•대만의 기술인력의 하이난에서의 취업, 창업도 허용할 방침이다. 

생태문명 건설을 위해 법적 단속 역량을 강화하고 친환경 표준 구축, 친환경제품 정부조달 제도 마련, 친환경발전시범구 조성 등에 나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소모량 증가를 통제하고 환경오염 블랙리스트와 환경보호 신용평가제 등을 도입한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식기 등의 생산·사용·판매도 단계적으로 금지할 예정이다. 

관련 당국은 곧바로 구체적인 행보에 나섰다. 하이난 국가이민관리국은 18일 한국, 미국, 일본 등 59개국 관광비자를 오는 5월 1일부터 면제한다고 밝혔다. 

◇ 왜 하이난인가
 

지난 8~11일 '보아오 포럼'이 열린 하이난성 보아오의 모습. [사진=신화통신]


시 주석은 경제특구 30주년 기념식에서 "당 중앙은 하이난 개혁·개방과 발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1988년 경제특구로 지정되기 이전의 하이난은 광둥성에 속한 하나의 거대한 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중국 정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했다. 하이난이 세계로 뻗어갈 중국의 '문'으로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난 30년간의 노력으로 시장 개방도가 높다. 과감한 개방형 토지 정책을 앞장서 실시했고 2000년에는 도착비자 발급제를 도입했다. 2011년 4월 시범적으로 출국시 쇼핑상품 세금 환급제 시행으로 주목을 받았고 2016년에는 전국 최초로 서비스무역혁신시범성(省)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기준 하이난으로 연결된 국제노선만 56개다. 

가장 막강한 경쟁력은 지리적 이점이다.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하이난은 북으로는 충저우(瓊州)해협과 중국 광둥성과 인접하고 서쪽으로는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태국·미얀마를 향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한다. 동남쪽으로는 필리핀·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동티모르·호주·말레이시아 등과 가깝다.

동남아로의 접근성이 좋아 시장 진출과 교류 확대의 거점으로 적절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출액은 전체의 48%, 수입은 42.9%에 육박했다. 고대 해상실크로드의 교통 중심지로 최근에는 자연환경·경제특구·국제관광지 등의 우위를 바탕으로 21세기해상실크로드 거점 도시로도 자리 잡았다. 

서비스 산업도 발전했다. 현재 하이난의 지역총생산(GRDP) 중 농업, 공업, 서비스업의 비중은 각각 22.0%, 22.3%, 55.7%로 서비스업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서비스업의 성장 기여도는 79.5%에 육박했다. 하이난 당국은 앞서 현대 농업, 의료·건강, 제약, 금융, 관광, 부동산, 문화·체육, 하이테크, 인터넷 등을 육성산업으로 삼고 필요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30년간 하이난의 경제규모가 21.8배로 불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여전히 기대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자유무역항으로의 길을 열었다고 중국경영보(中國經營報) 등은 분석했다.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계속 새로운 기회와 양분을 주입하는 것이다.하이난의 지난해 GRDP는 4462억 위안으로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 28위에 그쳤다. 성장률은 7%로 2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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