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탓에 몸살 앓는 장병들… 해군엔 무슨 일이?

2018-04-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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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호위함인 ‘인천함’(FFG-811). 사진=해군 제공]


해군의 일선 부대 장병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원인은 뜻밖에 국방개혁 탓이었다. 개혁안에 따라 규모가 확대되고 전력 증강과 현대화 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만성적인 병력부족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추진된 국방개혁 계획에 따라 4만1000명으로 정원이 동결된 이후, 완편돼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이에 따른 장병들의 피로 누적과 현장대응능력 저하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육·해·공군 본부 장병들이 한 건물에서 근무하는 충남 계룡대에선 해군만 매일 야근에 시달려 3층에 불이 항상 켜져 있다. 이런 모습을 멀리서 보면 미확인비행물체(UFO)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해군 UFO’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해군본부 각 부서에 소령과 중령급 간부 5~6명이 필요하지만, 필요 인원의 절반(2~3명) 정도밖에 없다. 병사들은 전투부대로 전출시킨 지 오래됐다.

[해군 1함대 장병들. 사지=해군 제공]


이런 상황은 일선 부대도 마찬가지다. 최근 2~3년 전부터 운전병이 부족해 부사관이 직접 함정과 부대에 부식을 추진한다.

관용차를 사용하거나 공무출장을 갈 때도 소령과 중령급 간부들은 당연히 본인이 운전하고 대령들도 직접 운전할 때가 많다고 한다.

작전사령부와 군수사령부·교육사령부·정비창·각 전대본부 등 해군의 비전투 육상 부대에 얼마 남지않은 병사는 1인 3~4역을 소화하는 게 일상이 됐다.

전투부대에 병사를 우선 배치해 최소 필요 인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투함과 경비함에는 부사관이 부족하다. 해군 함정에서 근무하는 인원의 비율은 통상 장교 15~20%, 부사관 40%, 장병 40%로 나뉜다.

인력이 한정된 상태에서 중·소형 함정 위주의 해군 전력이 중·대형 이지스함과 한국형 구축함, 차기 호위함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또 항공전력도 보강되면서 군수·행정·교육을 담당하던 부사관을 전투부대로 배치한 부작용 탓이다.

[훈련 중인 UDT 대원들. 사진=해군 제공]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업무부담이 크게 늘고 삶의 질이 저하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일부 부사관이 군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른 부사관의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4500t급)을 운용하기 위해 총 210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모 함대에선 현재 30~40명의 부사관이 부족한 상태로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함정도 실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해군 최정예 인원인 특수전전단(UDT/SEAL)은 편제 정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 병력의 경우 병사, 함정 및 특수전 병력은 부사관이 부족한 총체적 난국임에도, 함정과 항공기 등은 계속 늘고 있다.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만4000t급 독도함의 후속으로 제2독도함, 이지스 구축함(7600t급) 3척, ‘미니 이지스함’(6000t급)으로 불리는 차기구축함 6척이 전력화되고 3000t급 호위함 6척과 초계기 최소 6대가 도입된다.

[장보고-III가 실전에서 작전을 벌이는 상상도.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3000t급 차기 잠수함을 개발하는 '장보고-III' 사업도 추진 중이다. 2020∼2024년 장보고-III(Batch-I) 3척과 2025년 이후 장보고-III(Batch-II) 3척이 각각 건조된다. 현재 해군에선 3척의 핵 추진 잠수함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해군은 전투형 무인수상정(USV)과 수중에서 북한 잠수함을 탐색하는 무인잠수정(UUV), 공중에서 장기간 체공하면서 대지공격이 가능한 무인항공기(UAV)를 개발할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함정을 자동화한다고 해도 손상관리(데미지 컨트롤)·레이더·통신시스템 등을 고려할 때 승선 병력이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새로운 전력과 연계한 부대가 창설되면 육상 병력도 자연히 늘어난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는 한 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해군 관계자는 “국방부는 또다시 비전투부대 병력을 함정에 보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거론한다”며 “지난 10여년간 조직을 개편, 신규 함정 전력운용에 육상병력 등 약 3700명을 투입하면서 심각한 인력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도입될 신규전력 운용 계획에 따라 앞으로 3000여명의 병력이 더 부족해진다”며 “병력 충원 없이는 사실상 부대를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러 경로를 통해 공공연하게 감축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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