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치명적 허점, '머니백'을 촘촘하게 만들다

2018-04-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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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머니백' 스틸컷]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뿐인 민재(김무열 분)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 공무원 시험은 번번이 떨어지고 사랑하는 엄마의 몸 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만 가기 때문. 엄마의 수술비를 위해 보증금까지 탈탈 털었지만, 양아치(김민교 분)에게 모두 빼앗기고 만다. 양아치는 사채업자인 백사장(임원희 분)에게 민재의 돈을 바치고, 이 돈은 고스란히 선거를 앞둔 문의원(전광렬 분)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계속되는 문의원의 멸시와 적자 문제로 백사장은 킬러(이경영 분)를 고용, 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그는 도박장에서 저당 잡은 최형사(박희순 분)의 총을 킬러에게 배달하지만 택배기사(오정세 분)의 실수로 물건은 킬러의 옆집에 사는 민재에게 도착한다. 삶을 포기하려던 민재는 우연히 총을 얻게 되고, 돈을 돌려받기 위해 양아치에게 찾아가게 된다.

영화 ‘머니백’은 단편 ‘흡혈귀가 있는 오후’, ‘silly ass’, ‘절반의 꿈’ 등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진출해 이름을 알린 허준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영화를 통해 리드미컬한 호흡과 에너지 넘치는 연출력을 보여준 허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막다른 길에 몰린 7명의 남자의 추격전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물들의 관계성이다. 각기 다른 7명의 인물이 우연한 일로 얽히고설키며 서로를 쫓게 되는 과정이 촘촘하고 짜임새 있게 엮여있다. 각 인물이 어떤 일로 관계를 맺고, 어떻게 풀어가며 결과를 끌어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또한, 이 관계성이 돋보일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인 7명의 캐릭터 덕분. 도박중독에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비리형사 최형사와 구시대적 발상을 가진 부패 정치인 문의원, 사채업자 백사장과 한물간 킬러, 실수투성이 양아치, 짠내 유발 택배기사와 취준생 민재는 여타 케이퍼 무비와는 달리 치명적 허점을 안고 있어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웃음을 만든다.

거기에 캐릭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 고민과 고충, 절박한 심정들이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며 강렬한 페이소스를 유발, 관객들에게 공감과 씁쓸한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한물간 킬러.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배우 이경영의 면면을 발견할 수 있으며 어설프고 빈틈 많은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여러 차례 언급될만한 매력적 인물이다.

아쉬운 점 역시 명확하다. 인상 깊고 강렬한 캐릭터와 장면들이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장면, 장면 산발적으로 웃음이 유발되지만, 결이 투박하고 날카로워 한데 모이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각 인물이 매 순간 제 몫을 다해내지만, 이 ‘히든카드’가 지나가고 나면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이 남는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흥미롭다. 배우 김무열과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등 충무로 대세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물들을 빈틈없이 빼곡하게 채웠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앙상블과 주고받는 호흡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머니백’을 볼 가치가 충분하다. 오는 1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1분, 관람등급은 15세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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