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자들은 2일 당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가 주도하는 광역단체장 면접을 치렀다.
박원순·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경선 후보는 이날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가운데 첫 순서로 심사장에 들어섰다. 서울시장 선거가 '6·1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만큼 후보들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벌였고, 면접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단연 이날 가장 큰 이슈는 상대 당 후보로 확정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관련 질의였다. 각 후보는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나 면접장에서 받은 질문과 더불어 안 위원장을 상대로 자신의 경쟁력 및 약점에 관해 설명했으며 안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7년 전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안 위원장에게 양보를 받았다는 점이 최대 약점인 박 시장은 특히 이 질문에 대한 집중 질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이 4일 서울시장에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안 위원장이 7년 전 서울시장 후보 야권단일화 당시 '통 큰 양보'를 내세워 공세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위원장이 범야권후보 단일화로 양보하면서 50%대에 달하던 안 위원장의 지지율을 흡수하며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박 시장은 면접 자리에서 7년 전 상황에 대해 "안 위원장과 아름다운재단으로 깊은 신뢰 관계를 쌓아왔고,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당시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 맞서서 민주개혁 진영의 동지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이 흐르고 당적도, 서로의 위치도 달라졌다. 저는 이제 민주당 후보지 않나"라면서 "저는 지금 민주당 후보로서 좋은 후보들과 함께 경쟁과 협력을 하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누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가장 높일 것인가 판단하는 건 시민들의 몫"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3선 시장만의 경쟁력'을 앞세우며 "면접에서 세계적 도시를 봐도 시정과 시민의 문제는 연속성과 확장성이 중요하다'는 답을 했다"며 "저는 시정을 한시라도 돌보지 않을 수 없어 시장직을 유지하며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박 의원은 안 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면접에서 받진 않았지만 안 위원장을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팀장으로서 안 위원장의 포기를 끌어냈다. 1승은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안 위원장이 나오면 굉장히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면접에서 자신만의 강점에 대해 "제가 도시지리학을 전공한 만큼 미세먼지·쓰레기 대란 등에 대한 대안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왜 결선투표 시행을 주장하느냐'는 질문도 있더라. 당에서 50% 넘는 지지를 받는 후보가 나서야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최근 안 위원장과 SNS에서 설전을 벌인 것을 언급하며 "안 위원장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안 한다고 했다가 했으니 '거짓말'이라고 비판한 건데 왜 발끈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 의원은 자신의 학생운동 이력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인 안 위원장을 향해 "안 위원장은 저와 같은 1962년생이다. 그분이 제게 그럴만한 위치가 아닌 것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민주화 운동의 동지인데 문 대통령에게도 운동의 순수성을 팔아먹고 정치권에 왔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면접에서 "학생운동 지도자의 이미지가 있는데 새로운 이미지 전략이 뭔지 물었다"고 밝히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리더십, 촛불 혁명 이후 첫 선거에서 세대교체·정치교체를 이룰 적임자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세 후보는 그동안 결론짓지 못했던 TV토론을 하기로 확정하면서 안 위원장에 대한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박 의원은 "셋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책 TV토론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에 대해 세 사람이 다 합의했다"며 "(토론) 횟수까지 자세히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역시 "당에서 결정하면 따를 생각이고 과거의 관례가 있으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서울시장 예비후보 면접 후 수도권, 강원, 세종, 충청, 제주, 호남, 영남 지역 순으로 오후 9시까지 릴레이 면접을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당 공관위는 경쟁 과열 조짐을 보이는 일부 지역에 대해 자제해 줄 것을 경고했다. 정성호 공천관리위원장은 심사 직전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이라는 자만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혼탁한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자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 우리는 '원팀'이니 네거티브를 하지 말아달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