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28일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보고 및 지시는 모두 골든타임(오전 10시 17분)이 지난 후에 이뤄졌고, 이후 보고도 실시간으로 행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朴, 사고 발생 1시간 22분 뒤 침실서 나와
이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 침실에 머무르다 참사가 발생한 오전 8시 58분 이후 1시간 22분이 지나서야 침실에서 나왔다.
신 전 위기관리센터장은 오전 10시 12분~13분께 상황보고서 1보를 완성한 후 전령 업무를 담당하던 상황병에게 상황보고서 1보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상황병은 지시에 따라 센터 상황실에서 관저 인수문까지 뛰어가 오전 10시 19분~20분께 관저에 근무하는 경호관을 통해 내실 근무자인 김모(71·여)씨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 김씨는 평소와 같이 별도의 구두 전달 없이 박 전 대통령 침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보고서를 올려뒀다.
김 전 실장은 위기관리센터로 내려가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재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으나 이때도 박 전 대통령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 전 비서관은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처음 전화를 받은 후 이영선 제2부속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오전 10시 12분께 청와대 본관 동문으로 나가서 준비한 승용차를 이용해 관저로 간 후, 오전 10시 20분께 내실로 들어가 침실 앞에서 수차례 박 전 대통령을 불렀고, 박 전 대통령은 그 소리를 듣고 침실 밖으로 나왔다.
안 전 비서관이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고 보고하자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말한 후 침실로 들어가 2분이 지난 10시 22분께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실장에게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이 시각엔 이미 골든타임이 경과해 선체가 침몰한 상황이었다.
◆ 박근혜 아닌 정호성이 11차례 보고 받아
검찰 조사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와 저녁 시간 단 두 번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비서실로부터 '실시간으로' 11회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정무수석실)에서 오전 △10시 36분 △10시 57분 △11시 28분 △12시 5분 △12시 33분, 오후 △1시 7분 △3시 30분 △5시 11분 △8시 6분 △8시 50분 △8시 9분 등 총 11차례에 걸쳐 본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에게 '4·16 여객선 침몰 사고 상황' 보고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유로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즉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오후와 저녁 시간 각 1회씩 그때까지 수신된 보고서를 일괄 출력해 전달했다.
또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서면 보고를 받은 시간은 오전 10시 19분~20분 이후로, 이는 당시 청와대가 구조 가능한 마지막 시간인 '골든 타임'으로 본 오전 10시 17분을 이미 넘긴 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처음으로 전화 지시를 한 시간은 오전 10시 22분께였다.
이는 그동안 당시 청와대가 골든타임 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사실이다.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 최초 서면 보고를 받았고, 오전 10시 15분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명구조 관련 지시를 했으며, 오전 10시 22분 다시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지시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 후 비서실로부터 실시간으로 11회에 걸쳐 서면 보고를 받았다고도 강조해왔다.
◆ 朴, 靑서 최순실과 회의 뒤 중대본 방문
세월호 참사 당일 최순실씨가 청와대 관저를 방문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등과 함께 세월호 사고 관련 회의를 한 뒤 중대본 방문을 결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 조사 등에서 참사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 담당자 외에 외부인이 관저를 방문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 조사 결과 최씨는 참사 당일 오후 2시 15분께 이영선 전 행정관이 운전하는 업무용 승합차를 타고 검색절차 없이 소위 'A급 보안 손님'으로 관저를 방문했다. 또 최씨의 관저 방문을 미리 알고 있었던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그 전에 관저로 와서 대기하고 있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이들과 함께 세월호 사고 관련 회의를 한 다음 중대본 방문이 결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중대본에서 상황보고를 받은 후 "배에서 탈출하지 못한 학생과 승객을 구조하는 데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한 뒤, 오후 6시께 청와대 관저로 복귀 이후 계속 관저에 머물렀다.
검찰은 이 전 행정관이 운전한 업무용 승합차의 남산1호터널 통과내역과 이 전 행정관의 신용카드 내역을 단서로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과 이영선 전 행정관, 관저 근무 경호관 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조사 거부로 당시 최씨의 주된 관저 방문 목적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날 최씨의 관저 방문은 박 전 대통령과 사이에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 김기춘 등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 시각 조작과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불법 변경 관련자들을 허위공문서 작성·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은 적법한 대통령 훈령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이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라고 규정된 '국가위기관리지침' 3조 등을 볼펜을 이용해 두 줄로 삭제하고, '안행부가 컨트롤타워'라는 취지를 손글씨로 기재해 수정했다. 이후 65개 부처와 기관에 공문을 시행해 보관 중인 지침을 위 내용대로 삭제·수정·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검찰은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 보고와 지시 시각을 조작해 국회 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허위 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 변개해 지침 원본을 손상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공용서류손상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또 위 범행에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이 가담했다고 보고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차장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및 기소 중지하고, 현역 군인인 신 전 센터장은 군 검찰로 이송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 행적에 관해 허위 증언한 윤전추 전 행정관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은 이 사건 수사의뢰 전인 지난해 9월 미국으로 출국해 체류하면서 현재 검찰의 귀국 및 출석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난 19일 김 전 차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고, 지난 22일 기소 중지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등을 통한 송환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전 센터장은 현역군인(육군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으로 국방 검찰단에 사건을 이송해 사법처리하도록 했다"며 "불구속기소한 피의자들이 범행 동기 등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십 명에 달하는 증인신문과 방대한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필요해, 향후 집중적 공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