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 등 정부부처 지원 아래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국유기업인 국가에너지투자그룹 주도로 17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중국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산업 혁신전략연맹'이 출범했다. 먀오위(苗圩) 공업정보화부 부장이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수소차 산업 발전과 수소충전소 건설 계획을 제정하는걸 검토 중"이라며 수소차 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 정부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제 노리는 것은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30년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이 될 것이란 목표도 세웠다.
"올해는 중국 수소차가 비상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중국 경제전문지 21세기경제보가 최근 중국 수소차 산업 육성과 관련해 실은 기사 내용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언론에서는 수소차 관련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온다. 중앙정부, 지방정부는 물론 각 기업, 연구소까지 '민관 협력'으로 수소차 산업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앞서 2016년 10월 이미 '수소차 발전규획'을 통해 수소차를 오는 2020년까지 5000대, 2030년까지 100만대까지 늘려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이 될 것이란 목표를 공개했다. 같은기간 수소충전소는 2020년 100개, 2030년 1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무원이 발표한 13차5개년(2016~2020년) 국가전략 신흥산업 발전규획에서도 체계적으로 수소차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추진해 2020년까지 수소차 대량생산을 실현할 것이라 밝혔다.
각 지방정부에서도 잇단 수소차 산업 발전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상하이(上海)는 지난해 9월 '상하이시 수소연료전지차 발전규획'을 발표했다. 규획에 따르면 상하이는 2020년까지 연료전지 관련기업을 100개 이상 유치하고,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50개 건설해 2030년 수소차 관련 산업 생산액을 3000억 위안까지 늘리는 한편 수소차 기술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도 2018년~2020년 100개 이상 수소차 산업체인 관련기업을 유치해 수소차 전체 산업 연간 생산액을 100억 위안 이상까지 늘리는 등 목표를 설정했다. 또 2025년까지 △글로벌 기업 수준의 3~5개 수소에너지 기업 육성 △수소충전소 30~100개 설치 △수소차 전체 산업 생산액 1000억 위안 돌파 등 목표를 달성해 세계적인 신형 수소차 도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부족한 인프라, 비싼 가격···지난해 단 39대 팔렸지만
사실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는 그동안 발전 속도가 더뎠다. 지난해 중국 전체에서 팔린 수소버스는 단 39대에 불과했다. 같은기간 순수전기차 버스는 8만대 이상 팔렸다.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랬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인포메이션 트렌즈의 '수소연료전지차 세계시장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말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차는 총 6475대에 그쳤다. 이중 절반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됐다.
부족한 수소충전 인프라와 비싼 가격이 수소차 발전을 제약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차에 지급하는 보조금 액수를 2020년까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한 것과 비교된다.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현재 중앙정부가 수소차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최대 50만 위안이다. 여기에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까지 더하면 최대 100만 위안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상하이자동차 자회사인 상치다퉁(上汽大通)이 출시한 수소 미니버스 모델 FCV80의 경우, 판매가가 130위안인데 보조금을 받으면 30만 위안에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은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서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상하이·베이징·장쑤(江蘇)성 창서우(常熟)·광둥(廣東)성 윈푸(雲浮)에 각각 하나씩 모두 4개다. 올해는 5~10곳이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수소충전소 건설에도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200kg 이상 수소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수소충전소에 대해 개당 400만 위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택배업체들, 수소차로 물류배송
각 기업들도 최근 수소차 관련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때 연구개발한 수소차 를 선보인 바 있다. 중국 자동차기업 최초로 국제수소위원회에 가입한 창청자동차도 지난해 내부적으로 연구개발팀을 만들어 수소차 핵심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창청자동차는 2022년 첫 수소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선전거래소 상장기업인 슝타오구펀(雄韬股份)은 올 3월 100억 위안 이상을 투자해 우한에 슝타오수소연료전지 산업단지 착공에 들어갔다. 또 다른 상장기업인 다양전기(大洋電機)도 앞서 1월 650만 유로를 투자해 독일 수소에너지업체인 하이드로지니어스 테크놀로지(Hydrogenious Technologies)에 출자해 수소에너지 인프라 시장 참여하기로 했다. 다양전기는 후베이성에 연간 1만7000개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조만간 확정지을 예정이다.
물류업체들도 수소차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중국 4대 택배업체 중 하나인 선퉁(申通)택배는 이미 수소 화물차를 물류배송에 도입했다. 중국 2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京東)그룹과 순펑(順豊)택배 등도 수소 화물차 도입을 고려중으로 알려졌다.
마오쭝창(毛宗强) 칭화대 원자력 신에너지기술연구원 교수 겸 국제수소에너지협회 부주석은 21세기경제보 인터뷰를 통해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며 "5년내에는 수소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엔 역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이 수소차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차는 수많은 센서와 전송기를 필요로 하는만큼 전력 소비량이 커서 주행거리에 제약이 큰 순수전기차에 부담될 수 있다는 게 마오 교수의 해석이다. 주행거리 측면에서 수소차가 순수전기차에 비해 강점이 크다는 것.
마오 교수는 "중국은 수소에너지 생산대국으로, 전 세계 6000t 수소에너지 생산량 중 34%인 2200만t을 생산하고 있다"며 "중국도 일본, 한국과 비교해 늦기전에 빨리 수소차 발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