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언론이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600억 달러(약 64조 4400억원)에 이르는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제한해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보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중국 외교부도 “무역전쟁이 두렵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2일자 사평에서 “일부 미국인들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의 대체재를 구하지 못할 것이며 만약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제한하면 중국 내 식용유와 돼지고기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일단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중국 측 손해가 미국보다 클 것 이라고 보는 데 이는 ‘오만하고 수준 낮은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식용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중국인들은 본래 식용유보다 땅콩기름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땅콩 수입을 늘리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사평은 "유럽에서 올리브유 수입을 더 늘리는 방법도 있다“며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최근 중국의 많은 중산층에게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황과 반대로 미국은 공업의 생산유지를 위해 대량의 중간재와 일회용품을 중국산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들의 대체재를 찾는 게 대두의 대체재를 찾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 것을 미국이 모르고 자만하고 있다고 사평은 비판했다.
사평은 또 “’물가 상승’은 무역전쟁이 초래하는 당연한 결과지만 이는 중국 식용유나 돼지고기에만 해당하지 않고 미국 일회용품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양국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지만 중국은 미국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강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한 근거도 제시됐다. 사평은 “2017년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9000만t이고 그 중 미국산은 3000만t”이라며 “미국산 대두 수입이 절반 가량 줄어드는 게 중국에 무슨 영향이 끼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러나 미국은 대두 생산자들이 트럼프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평은 만약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다면 중국은 대두 수입 제한 외에도 많은 영역에서 미국에게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평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는 중국 시장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미국 자동차 브랜드는 독일, 심지어 일본 자동차보다 좋지 않아 중국인들에게 가장 먼저 버려질 존재”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잡화 브랜드 ‘코치(coach)’도 중국 소비자들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고 미국의 애플도 중국산 스마트폰 아성에 밀려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전쟁 도발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사평은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 중국 도발이 중국인의 ‘애국주의’를 건드리게 되면 미국은 반드시 ‘쓴맛’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평은 “중국에는 ‘끝장을 보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며 “미국의 무역전쟁 도발이 중국 정부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인민전쟁’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정부도 계속되는 미국의 관세폭탄 조치에 칼날을 세웠다. 2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누구와도 무역전쟁을 하기 싫다"며 "그러나 만약 누군가 우리를 압박하고 재촉한다면 우리는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않을 것” 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미·중 무역관계 본질은 상생이었다”며 “지난 40여년 간 미·중 경제 협력은 양국에게 커다란 시장과 일자리를 제공했고 미국의 가계지출도 현저하게 줄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미국이 계속해서 무역제재의 방망이를 휘두르면 자신도 다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폭탄 정책으로 미국 내 18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화 대변인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의 시장을 더욱 개방하고 협력을 공고히하며 무역전쟁이나 강제적 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