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그럼 당시에 고소하지 않고 왜 이제야 폭로하느냐?”며 미투 폭로를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김어준(49) 딴지일보 총수의 성추행 청원이 허위청원인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일부 미투 폭로가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폭행 등을 당한 후 길게는 수십년이 지나서야 미투 폭로를 하게 만든, 폭력을 당한 약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악습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TV조선’에서 이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가 이영하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미투 폭로한 시점인 지난 1980년대 초에도 분명 성폭행은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져야 할 중대범죄였다.
1980년대 초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면 상습 강도강간범에 대해 사형이 확정됐다는 등 강간범에게 중형이 선고됐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사회 인식이었다. ‘여자는 순결해야 한다’는 순결이데올로기는 성폭행 등을 당한 여성을 ‘행실이 바르지 못해 순결을 잃은’ 죄인으로 낙인 찍었다.
이영하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주장하는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는 ‘조선일보’와의 미투 폭로 인터뷰에서 “(이영하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후)도망쳐서 집에 왔어요. 어떻게 왔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이야기했어요. 당황한 어머니는 ‘어떻게 하면 좋냐’면서 ‘지금 당장 쫓아가겠다’라고 했어요”라며 “그러면서도 어쩌지 못했죠. 당시 아버지의 성격이 다혈질이셨기에 만약 그 일이 알려졌다면 큰 사단이 났을 거예요. 그때는 그런 일 당하면 연예인은 물론 여자로서 살아가기 힘든 시절이었으니까 엄마는 저를 걱정하셔서 그랬던 것으로 이해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당시로 돌아간다면... 누가 제 이야기를 믿겠어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동료 남자분들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저를 보며 킥킥대고 웃어요. 그럴 때마다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들어서 저럴까, 왜들 저러실까 생각했어요”라며 “그 싸했던 분위기, 그때는 ‘왕따’라는 말이 없었는데 정말 그런 분위기였어요.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 같아서는 길거리에서 만나더라도 ‘여보세요! △△△씨!’라고 쏘아붙이겠지만, 그때는 어려웠어요. 무서웠고요“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관계자는 19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순결이데올로기 뿐만 아니라 지금도 미투 폭로 여성에 대해 ‘왜 이제 와서 폭로하느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 등으로 폭력을 당한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악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군인권센터 방혜린 간사는 “군 폭력이나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모두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같은 메커니즘에서 자행된다”며 “근본적으로 ‘약자에게는 폭력을 가해도 되고 폭력을 당하는 약자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잘못된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