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국 통화정책 수장이 15년 만에 바뀌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행장(총재)이 15년간 최장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서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행장이 행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저우 행장의 뒤를 이어 중국 통화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 동안 인민은행 행장 후보로는 '개혁파' 인사인 궈수칭(郭樹淸) 증권관리감독위원회 주임 등이 거론됐지만 결국 중국 지도부는 정책 연속성에 방점을 두고 이강을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지도부가 인민은행 '2인자'였던 이강을 행장으로 발탁한 것은 그만큼 정책의 연속성을 중요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즈우 홍콩대 교수는 "저우샤오촨이 추진해 온 통화·금융 정책이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1997년부터 20년 넘게 인민은행에서 몸담은 이강은 인민은행 행장조리를 거쳐 2007년부터 10년 넘게 인민은행 부행장을 맡았다. 15년 넘게 저우 전 총재와 발맞춰 금융·통화정책 개혁을 함께 해왔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외환관리국 국장도 겸임했으며, 2014년부터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조장으로 있는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도 맡으며 시 주석의 경제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데 일조해왔다.
미국 유학파 학자 출신인 이강은 영어도 유창하고 국제적 경험도 많은 글로벌 엘리트다. 베이징대 경제학과와 미국 미네소타주 햄린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1986~1994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중국으로 돌아와 1994~1997년까지 베이징대 교수로 재임했다.
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여러 국제회의에도 참석해 글로벌 금융·통화정책 당국자들과도 소통해왔다. 지난 2015년 중국 증시 대폭락, 위안화 폭락 사태로 전 세계에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확산됐을 때 그는 페루 리마에서 열렸던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해 중국 경제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위안화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향후 중국 통화정책을 이끌어갈 이 행장은 중국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경제성장률 둔화, 자본 유출 불안정, 미국 금리인상 등 국내외 복잡한 형세 속에 지난 2002년 저우샤오촨이 인민은행 행장을 맡을 때보다 더욱 복잡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는 은행권 신용대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게 된다. 저우샤오촨도 은퇴를 앞두고 중국 기업부채 급증, 금융시스템적 리스크 발발 가능성 등 중국 금융 리스크에 경고음을 낸 바 있다.
이강은 앞서 8일 양회(兩會) 기자회견에서 "중국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와 금융현황에 기반해 움직여야 한다",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함과 동시에 금융리스크를 예방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
다만 인민은행의 독립성이 예상만큼 확대될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시진핑 경제책사' 류허(劉鶴) 신임 부총리가 금융안정위원회(금안위) 수장도 겸임하며 앞으로 전반적인 중국 전체 거시경제 금융정책을 총괄하면서 인민은행은 류허의 진두지휘 아래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15년 넘게 인민은행 행장으로 재임한 저우샤오촨은 은퇴 후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아시아포럼 부이사장을 맡을 예정이다. 저우샤오촨은 재임기간 달러 페그제 폐기, 은행 금리자유화, 위안화 국제화 등 중국 금융외환시장 개혁에 일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