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스웨덴 역할론'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북한과 스웨덴 간 외교장관 회담이 사흘간 개최되었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문제에 대해 양국이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한 외무성의 미국 담당 간부가 핀란드에서 한국과 미국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의 외교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등 외신의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이 사흘간 진행된 회담을 마무리했다"며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북-스웨덴 외교장관회담은 15~16일 양일간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17일까지 일정이 하루 더 연장됐다. 리 외무상은 스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를 예방한 뒤 18일 귀국길에 올랐다.
또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과 대북 제재, 한국과 일본 등의 안보 문제 등을 두루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익 대표를 맡고있는 주평양스웨덴대사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지만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의 석방에 대해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서는 5월 말 개최가 유력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스웨덴 외교부가 성명을 통해 "두 외교장관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한 기회와 도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만큼 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ABC 뉴스 등 다수 외신은 내다봤다.
뢰프벤 총리를 비롯해 스웨덴 외교부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중재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 관련 '스웨덴 역할론'이 부상하는 이유다. 스웨덴은 서구 국가로는 최초로 지난 1975년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한 국가로, 유력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도 꼽힌다.
한편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안보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 핀란드행을 택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NHK 등 외신에 따르면 최 부국장은 남북한과 미국의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국장은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 부국장은 뉴욕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의 유엔 대표부에 있는 미국 담당 고위 관료를 비롯해 주한미국대사 등을 역임했던 캐서린 스티븐스, 한국인 연구자 등 한국과 미국 관계자들을 두루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핀란드 MTV 방송 등에 따르면 핀란드 정부 관계자들은 최 부국장의 방문이 '비공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가 중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핀란드 회담을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가 급격하게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