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은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
대통령 중심 집권제 하에서 정부 출범 1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국정 실패를 국민의 힘으로 딛고 시작된 문 정부에게 집권 초기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없다. 그간 켜켜이 쌓여온 적폐를 일소하면서도 경제‧외교‧국방 등에서 국정운영의 혁신과 안정감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내각은 어떤가? 인사청문회 당시의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부처 장관들의 행태와 각종 공기관에 대한 인사를 보면 이전 정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과연 성공적인 첫 스타트의 힘을 바탕으로, 퇴임 시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성공한 정부'로 갈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특징 중 하나는 정치인, 교수, 시민단체, 민간기업 출신들이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일부를 제외하면 공무원 출신이 없다. 한마디로 ‘공무원 패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시절 겪은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공무원 출신이 배제된 1기 내각의 성적표는 어떤가? 문 정부 1기에서는 원활한 국정운영이라는 명목 하에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를 중심으로 장관직과 공기업 수장직을 맡고 있다.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이 있겠지만, 이는 정부의 변화에 따른 불가항력이라는 측면에서 일면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어려운 과정을 뚫고 내각에 임명된 부처 장관들의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우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오는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마음이 온통 콩밭에 가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경우, 오래전에 전남도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치적 알리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최근 불출마를 선언하며 논란이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지역구인 부산에서는 측근들이 선거캠프를 차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두 장관의 취임 초기, 소위 '힘있는 장관'을 통해 강력한 부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던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간기업 출신 장관들도 난맥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특히 공기업 인사에서 전횡을 저지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LG전자 출신으로 내각에 입성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산하기관단체장에 부산 동래고 출신 등 지연에 얽힌 자기사람 심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 선임된 김석환씨는 보안·인터넷 전문가가 아닌 방송업계 출신으로, 유영민 장관과 고등학교 동문 사이다. 또 차기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의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하성민 전 SK텔레콤 사장 역시 유영민 장관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기업인 출신이 공기업 수장으로 임명됐을 때 아픈 경험이 있다. LG전자 부회장 출신으로, 2008년 한전 사장에 부임한 김쌍수 사장은 당시 관련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시달린 바 있다. 또 삼성물산 회장 출신으로 마사회를 담당했던 현명관 회장은 서울용산 장외발매소 문제로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고발조치된 상황이다.
시민단체 출신이나 학계 출신 장관들도 조직장악력 미흡, 행정경험 부재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중요 정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은 형식은 그럴 듯하지만, 정책추진 등 내용면에서는 매우 부실한 상태에서 1년여의 시간만 보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에서는 이미 2기 내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적폐 청산의 경우,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지속성은 유지하되, 국정운영의 방점은 정책추진에 찍혀야 한다.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아닌, 만사(萬事)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