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나도당했다) 폭로가 진실 공방으로 변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 기사에 등장하는 A씨를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의 2차례 해명과 프레시안의 4차례(피해자 입장문 포함) 보도 내용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쟁점별로 이들의 주장을 재구성했다.
◆그날, 언제 일어났나 - “2011년 12월 23일” VS “당일 알리바이 있어”
프레시안의 7일자 최초 보도를 보면 A씨는 지난 2011년 12월 23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 1층 카페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9일 두번째 보도에서 A씨가 당시 남자친구에게 보낸 메일이 공개됐다. 해당 메일에는 첫 보도와 달리 성추행이 일어난 시기가 “크리스마스 이브”, 즉 24일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세번째 보도에서 A씨는 정 전 의원과 만난 뒤 친구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 도중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고 밝혔다.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티를 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사건 당일을 그날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 전 의원은 당일의 행적을 공개하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그는 23일 새벽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녹음을 마치고, 출연진과 함께 식사 후 헤어졌다. 오전 중 정 전 의원은 민변 사무실을 방문해 변호사들과 회의를 한 뒤 점심식사를 했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그는 서울 노원구에 소재한 을지병원으로 이동했다.
그 뒤로 정 전 의원은 오후 2시 30분경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명진 스님과 만나 이른 저녁까지 함께 있었다. 오후 3시 54분에 명진 스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증거로 제시됐다. 이후 나꼼수 출연진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는 것이 정 전 의원의 주장이다. 만남 장소로 지목된 호텔 1층 레스토랑은 오후 3시~5시에만 티타임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정작 만난 시간은 20분 정도도 안 됐을 것”이라며 “잠깐 들렀다 가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 “키스를 하려고”, “입을 맞췄다” VS “같은 기사에서조차 사실 불일치”
프레시안은 첫 기사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호텔로 불러내 (A씨에게)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사에서 A씨는 “(정 전 의원이)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자며 저를 안더니 갑자기 키스를 하려고 얼굴을 제 앞으로 들이밀었어요”라고 증언했다.
2차 기사에서 공개된 메일에서 A씨는 “마지막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데 정 의원이 저에게 입을 맞췄다. 순간 놀라 그 사람을 밀쳐내고 나왔다”고 언급했다.
입장문에서 묘사하는 상황은 조금 다르다. A씨는 “이 사람의 성폭력 기준에서는 강제로 여성을 껴안고 키스를 하는 행위 정도는 기억에도 남지 않는 사소한 일이라는 말인가”라면서도 “정 전 의원은 황급히 나가려고 옷걸이 쪽으로 다가가 코트를 입는 저에게 급하게 다가와 껴안고 얼굴을 들이밀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어떤 성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면서 “같은 기사에서조차 추행 사실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로, 정치적 의도 있나 - “파렴치한에게 서울시 못 맡겨” VS “정치적 살인 의도”
정 전 의원은 “해당 기사를 쓴 서어리 프레시안 기자와 피해자 A씨는 친구 사이”라며 여러 정황에 비춰봤을 때 서 기자가 보도 이전에도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년간 정치적 사망 상태에 있었던 제가 재기를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날 오전에 맞춰 보도를 한 것은 시기가 매우 의도적이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7년 전 사건을 지금에 와서 폭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파렴치한 사람에게 그런 큰 일을 맡길 수 없지 않느냐.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한 A씨는 “사건 당일, 그리고 그 후 여러 명의 친구와 지인들에게 당시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고, 심지어 피해 사실을 써서 보낸 이메일도 남아있다”며 “정 전 의원이 당시 호텔에 간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제가 6~7년 전부터 사건을 기획했다는 얘기인 거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서 기자와 A씨는 저를 서울시장에 당선되지 못하게 만들 작정으로 이런 무책임한 보도를 강행했다고 한다”면서 “이번 사건이 온갖 탄압을 뚫고 10년만에 재기하려 했던 저를 '정치적으로 죽이는 인격 살인'을 할 목적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