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 휩싸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조민기가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기존대로라면 오늘(12일) 경찰 소환을 앞뒀을 조민기는 주위의 시선과 조사에 대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리고 경찰 조사 예정이었던 12일, 고(故) 조민기의 발인이 진행됐다. 그가 사망한 후 발인까지 나흘동안 동료 배우들의 조문과 추모를 놓고 대중들의 엇갈린 시선이 더욱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SNS에 조성규는 “어제와 오늘(11일) 조민기 빈소에 다녀왔다. 하지만 그가 28년간 쌓아온 연기자 인생의 그 인연은 어느 자리에도 없었다. 뭐가 그리 두려운가”라며 “조민기의 죄는 죄고, 그와 인연은 인연인데 아니, 스타 경조사 때마다 카메라만 쫓던 그 많은 연기자는 다 어디로 갔는가. 연예계의 분 바른 모습을 보는 듯 했다”며 동료 연기자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이는 조민기가 앞서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피해자의 ‘미투’ 폭로가 이어지면서 경찰 수사를 받아왔었다. 그러나 고인이 생전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의혹에 휩싸인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추모와 애도마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분위기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인이 28년간 연기 생활을 이어온 것에 비해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조성규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선 후배 연기자들의 추모 글 때문에도 더욱 파급력을 지닌다.
가장 먼저 배우 정일우가 조민기가 사망한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Pray For you”라는 애도의 문구를 게재했다가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MBC 드라마 ‘황금무지개’에서 정일우는 조민기의 아들로 출연했던 만큼 남다른 인연을 가졌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된 고인을 공개적으로 추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고, 결국 정일우는 비난이 거세지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유아인 역시 이날 화형을 당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자신의 SNS 게재해 네티즌들로 부타 질타를 받았다. 한 네티즌은 유아인이 올린 영상을 “메리 1세 여왕이 종교인 박해로 남자를 죽이는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 게재는 조민기의 사망 당일이라는 점과, 남자가 화형을 당하는 애용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른바 ‘마녀 사냥’을 연상케 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내비친 것이라는 추측으로 네티즌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이 불의의 사로고, 지병으로, 혹은 잘못된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대중들은 물론, 동료 연예인들은 애도와 추모를 보내며 침통함 속에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명복을 빌었다. 또 취재진들도 고인의 마지막인 발인식을 치열하게 취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민기만은 달랐다. 그가 생전 마지막에 보인 모습은 대중들에게 공분을 샀고, 경찰 조사는 물론 피해자를 향한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랐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은채 故 조민기는 영면에 들었다. 그의 마지막은 조문마저도 마음껏 할 수 없었던 동료 연기자들의 끓는 마음만 남았다.
세상을 등진 고 조민기를 향한 수많은 잡음과 논란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