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나쁜 남자’였다. 영화 ‘나쁜 남자’, ‘수취인불명’, ‘섬’, ‘파란 대문’ 등을 연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김기덕 감독의 추악한 뒷모습이 밝혀져 대중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PD 수첩’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주제로 김기덕 감독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뫼비우스’ 촬영 당시 폭행·성희롱 건으로 김기덕 감독을 고소했던 여배우A, 김기덕 감독 영화 오디션을 봤던 여배우B, 김기덕 감독 영화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여배우C가 입을 열었다.
여배우 A는 “김기덕 감독은 촬영 전부터 성관계를 요구했다. 성희롱과 성추행은 일상이다. 성기 등을 적나라하게 말하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으로 모욕감을 준다”고 고백했고, 여배우 B는 “‘오디션 때 네 가슴을 봤다. 상상해 보니 복숭아일 것 같다. 내 성기는 어떤 모양일 것 같냐. 너의 몸을 보고 싶은데 같이 갈 수 있냐’고 말했다. 한 달 간 멘붕이었다”고 털어놨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여배우 C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한 김기덕 감독 영화 현장을 낱낱이 폭로했다.
앞서 김기덕 감독은 저예산 영화를 주로 연출,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평을 얻고 있었다. 1990년 프랑스로 건너가 길거리의 화가로 살다가 3년 만에 귀국한 그는 정규 영화학교에 다닌 이력 없이 1996년 영화 ‘악어’로 감독 데뷔했다.
개인과 사회의 폭력성을 다루는 파격적 작품을 다수 연출,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얻었고 파격적이고 난해한 작품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외면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제작한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같은 해 ‘빈집’(2004년)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2011년 ‘아리랑’으로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감독상 및 각본상, 영화제 최고상까지 수상하면서 해외에서 더 유명한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2012년 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 영화가 되었다.
이후 김 감독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인정받게 되었고, 탄탄한 ‘마니아 층’을 보유하기도 했다. 대표작인 ‘파란대문’(1998년), ‘섬’(2000), ‘수취인불명’(2001년), ‘나쁜 남자’(2002), ‘해안선’(20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년), ‘사마리아’(2004년), ‘활’(2005년), ‘아리랑’(2011년) 등을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 팬·영화인들은 셀 수 없을 지경. 그의 화려한 이력과 폭넓은 작품성은 이번 ‘성폭행 논란’으로 얼룩지게 됐다.
김 감독은 성폭행 논란에 “영화감독이라는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며 의혹을 부인했으나, 다수의 여배우 및 영화 관계자가 직접 인터뷰에 응했다는 점을 빌어 이번 논란과 비난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