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이참에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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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 변호사]

지금 국정농단이나 DAS조사 등과 같이 제기되고 있는 원세훈 재판을 비롯한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도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의해 꾸려진 법원 내의 추가조사 위원회의 결과 발표 내용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법원 내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추가조사 위원회는 원세훈 전(前) 국정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재판과 관련하여 당시 대법원과 청와대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있었다는 믿기 어려운 결과를 발표했었다.

급기야 대법관들이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다며 추가조사 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러한 미묘한 시점에서 법원행정처장을 교체하고 재판 자료에 대한 추가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고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관해서는 현직 판사(김동진 부장판사)마저도 공개적으로 ‘지록위마’의 판결이라며 비판할 정도로 그 정당성에 대해 많은 의심이 들고 있었다.

결국, 2심 법원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서까지 유죄를 선고하며 1심 판결의 결론을 뒤집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증거판단에 문제가 있다며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고(파기환송), 그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추가조사 위원회의 결론인바, 이 문제를 결코 가벼이 여길 수는 없는 상황임은 분명했다.

다행히 대법원으로부터 사건을 돌려받은 고등법원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서까지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대법원이 증거능력 인정에 문제점을 제기하였던 지논ㆍ시큐리티 파일이 다시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게 되였고, 이로써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었지만, 대법원의 판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법원의 공식적인 기구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이 부분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국정원 댓글 공작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에 관한 문제라면, 원세훈 사건은 그런 실정의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던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면 실세자 최순실은 없었다. 국정원 심리전단에 의한 댓글 조작이 선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는, 만약 그것이 없었더라면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었는지는, 즉 이미 5년 전에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는, 박근혜라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일이 없게 할 수 있었던 것인지는 현시점에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분명 선거 과정에서 국가 정보기관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고, 이것이 선거 결과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미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더더욱 이는 권력형 비리라거나, 개인적 사리사욕 추구 사건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이념적,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는 선거제도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세습적 왕정이나, 군부가 임의로 정권을 잡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자신의 의사에 의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고, 이것이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를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일 것인데, 선거를 조작했다는 것은 이러한 헌법적 기본이념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사건은 선거제도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행정부가 사법부의 재판에 관여한. 권력분립의 원칙이라는 또 다른 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다.
 

[사진=김정인 단장]

이렇게 자유민주주의를 근원적으로 침해한 공직선거위반이라는 중범죄를 사실상 무죄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추가조사 위원회의 판단인데, 당시의 행정부라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것이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선거의 적법성 및 효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판에 묵시적으로 얼마든지 관여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최순실 게이트를 저지른 장본인이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재판에 묵시적으로든 관여했을 거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최순실 게이트만으로도 그 범죄 혐의가 충분히 엄청나다. 게다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이라는 혐의를 추가한 것에도 모자라, 이제는 공정한 선거 및 권력분립의 원칙까지 훼손하였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으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필자가 더더욱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재판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있었지만, 댓글 조작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독자적인 의지로 댓글 조작에 의한 선거개입을 감행했을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청와대의 아무런 언질도 없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여 충성을 다짐하며 정권교체를 막았을까..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까지 미쳐야 한다. 지금 BBK가 누구의 소유인지, DAS가 누구의 소유인지의 문제를 주요하게 따지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BBK, DAS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고 보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해당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려운지는 별론으로 하고, 심증은 이미 형성되어 있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DAS로 어떠한 경제적 이득을 얻었으며, 그것이 위법한 이득이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는 현재 이에 관해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개인이 주체가 되는 범죄이다.

그로 인한 주주 등의 피해자가 있을 것이고, 그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해야 할 것이며, 이를 야기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면 행위자를 처벌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자유민주주의 및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침해하고는 중대성 및 파급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

솔직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어떠한 하자도 없었을 만큼 청렴결백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제인 이명박에게 부정부패 하나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적어도 필자의 주변에서는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한다고 한들 비슷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국민은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당시에도 BBK 의혹은 있었지만, 이명박을 선택했다. 당시 김경준이 BBK의 주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믿어서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BBK와 관련이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서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에 힘입어 이명박을 뽑겠다는 것이 국민의 대세로 작용했었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한다. BBK 의혹은 우세했던 이명박을 막을 수 없었다.

당시 전 서울시장으로서의 업적(청계천 복원, 버스 중앙차로 및 환승 등)은 전무후무할 정도로 대단했고, 그러면 다소 BBK와 관련이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려 줄 것이라고, 또는 큰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하는 믿음이 형성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BBK와 다소 연루되어 있더라도 대의(大義)를 위해 '큰 문제는 아니다'라는 인식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이로 인해 선거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이명박 후보는 상대 후보를 압도했다.

그전에 있을 수 있었던 비리라는 것도 재임 중에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정원의 댓글 조작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여 관여하였는지 여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개입과 함께 우리가 시급히 그 진실을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원세훈만 기소한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검찰이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되었을까.
 

[사진=버터플라이]

검찰은 정밀한 수사로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법원 스스로가 추가적인 조사를 예정하고 있었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조사 의지가 강력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대법원만을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 추가조사의 대상은 그들의 동료이고, 조사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어 한계가 있었다.

법원도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면 이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스스로가 청와대의 재판 개입 의혹을 발표한 정황에 놓인 일이 있었기 때문에, 검찰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 검찰의 칼이 닿지 않는 성역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도 검찰은 청와대를 압수수색 하려 했고, 과거 성역 중의 하나로 여겨졌던 국정원에 대한 수사 및 압수수색도 과감히 진행되었다.

사법부 스스로가 문제점을 시인한 상황이므로,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지더라도, 심지어 그로 인해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가 이루어지더라도 사법부는 이를 권렵분립의 원칙 위배라거나, 재판의 독립성 침해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다.

압수수색 자체도 검찰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인바, 검찰이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사권을 남용한다면 법원 스스로가 이를 통제할 수 있다.

법원은 검찰이 권력분립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수사를 한다면 자체의 추가조사에만 안주하지 말고, 검찰의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글=이승훈 변호사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변호사사무소 #법률사무소 #법률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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