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북한의 해상 무역 차단에 초점을 둔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제2 단계'를 향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대북 강경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지금껏 가장 무거운 제재를 지금 막 단행했다는 사실을 밝힌다”면서 “한 나라에 대한 전례 없는 수준의 무거운 제재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사실상 ‘해상봉쇄’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고립시켜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려면 북한과 제3국 선박의 공해상 불법 환적 행위를 차단하는 포괄적 해상봉쇄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WSJ에 “이미 북한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날 제재는 북한 김정은 체제에 “비핵화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미국은 재무부의 추가 제재 대상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릴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성명을 통해 "북한이 진로를 바꿀 때까지 압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의 동맹국들과 함께, 그리고 유엔을 통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 단독제재 명단을 안보리 블랙리스트에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대북제재에 관해 말하면서 “제2의 단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만약 대북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제2의 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의 단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무척 거친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에 무척 불행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통한 외교적 해결이 어려울 경우 군사적 옵션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한반도 화해무드가 조성되긴 했지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당장 외교나 제재를 통한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는 국방부에 계속 군사적 옵션을 요구하며 북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를 두고 중국은 반대 의사를 명백히 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중국은 안보리 결의를 엄숙하게 처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국내법에 근거해 중국의 기업과 개인을 일방적으로 제재하고 '확대관할법(long-arm jurisdiction)'을 적용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미국의 대북제재가 남북 화해 분위기를 깨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국제시평에서 "동계 올림픽 성화가 꺼지기도 전에 미국이 성급히 제재 카드를 꺼내면서 세계가 다시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면서 "한반도 정세에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나타난 시기에 미국의 행동은 후진기어를 넣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본은 미국의 조치에 강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NHK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24일 기자들을 만나 미국 정부의 대북 추가 독자제재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강화하는 것을 강력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의 독자제재에 대해 "어떤 압력을 강화하면 효과적인지 향후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