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부자들이 홍콩보다 싱가포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은 여전히 중국 본토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투자 선호지 1위다. 하지만 그 비중은 2년 전 71%에서 53%로 20%P 가까이 줄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자산관리 액수는 1조9000억 달러로, 약 78%는 해외에서 투자된 것이다. 이중 상당 부분이 중국 본토 부자들의 자산일 것으로 추정된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대형 프라이빗뱅크(PB)에는 중국 본토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타깃으로 한 전담팀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최근 홍콩 PB 업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홍콩 금융감독원(SFC)에서 자금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2016년 홍콩 PB은행 투자 증가율이 10.7%로, 2015년의 18%에서 크게 둔화됐다고 전했다.
중국 본토 고액자산가들이 홍콩보다 싱가포르를 더 선호하기 시작한 데에는 홍콩이 지난해 체결한 조세협정과도 관련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은 지난해 중국 대륙을 비롯한 75개 국가 및 지역과 자국민의 금융계좌를 서로 공유하는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CRS)를 체결했다. 싱가포르도 61개 국가 및 지역과 비슷한 조약을 체결했지만 체결국에 홍콩과 중국 대륙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곧 중국 부자들이 싱가포르에 보유한 자산을 중국 정부가 알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최근엔 홍콩 소재 은행들이 서비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중국 본토 은행과 연계하려 하고 있는 것도 중국 부자들이 홍콩 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대중화권프라이빗뱅크(PB)협회 창립자인 뤄멍쥔(羅孟君) “이는 고객의 정보가 더욱 투명하게 공개돼 자금 흐름을 더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중국 본토 부자들이 보유한 자금력은 상당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에 따르면 최근 1000만 위안(약 17억원) 이상을 보유한 중국 고액자산가들이 보유한 자산을 합치면 약 5조8000억 달러(약 63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액(GDP)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그리고 이중 절반 가까이는 해외에 투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