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의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이 인도와 미국의 개입을 요청하고 나섰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몰디브 국민을 대신해 요청한다”면서 “마우운 압둘 가윰 전 대통령 등 수감된 정치범과 판사들을 석방하기 위해 인도가 군대와 함께 특사를 파견해 달라”고 밝혔다.
사실 몰디브의 전현직 대통령은 악연이 매우 깊다. 2008년 나시드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인 압둘라 야민의 이복 형제이자 30년 장기집권해온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을 누르고 몰디브 사상 첫 민주적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스리랑카에서 중등교육을 받은 뒤 영국에 유학, 존 무어 대학에서 해양학을 전공한 나시드 전 대통령은 1991년 정치 잡지민 '상구(Sangu)'에 정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한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3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국제앰네스티로부터 양심수로 규정된 바 있다. 수감 1년만인 1993년 석방된 뒤에도 여러차례 체포됐던 나시드 전 대통령은 1996년 결국 반정부 칼럼이 문제가 돼 2년간 다시 옥살이를 했다.
이후 그는 2000년 야당 성향이 강한 수도 섬 말레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나 6개월 만에 전직 대통령 관저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의회에서 제명되는 수모를 겪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당시 사건이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진 고초를 겪은 그는 2003년 몰디브를 떠나 스리랑카로 건너가 망명 정객인 모하메드 라티프와 함께 몰디브민주당(MDP)을 창당했다. 영국 정부는 2004년 그를 정치적 망명자로 인정했다.
2005년 말레로 돌아온 그는 해외에 본부를 둔 MDP의 세력을 본국에서 확장하는데 주력했으나 같은해 12월 다시 반정부 시위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나시드가 체포되면서 수도 말레를 비롯한 몰디브 전역에서는 장기집권한 가윰의 퇴진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이를 계기로 나시드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결국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몰디브의 민주 대선에서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안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러나 나시드 전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서 압둘라 야민 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후에도 MDP 대표로 정치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재임 중 형사법원장 체포 조치 등과 관련해 2015년 2월 테러방지법 위반혐의로 체포돼 다음달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복역 도중 척추 수술을 이유로 2016년 영국으로 건너간 후 망명했다.
몰디브 대법원은 지난 1일 나시드 전 대통령 등 야당 인사 9명을 석방하고 새로 재판하라고 결정했다. 압둘라 야민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히려 경찰을 동원해 대법원장과 현 정권을 비판하던 압둘 가윰 전 대통령 등을 잇달아 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