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까지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지수(VIX)가 최대 수준으로 오르는 등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새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제롬 파월의 통화정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마지막 거래일보다 1175.21포인트(4.6%) 폭락한 2만4345.75에 거래를 마쳤다. 2011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4.10%, 3.78% 하락했다.
실제로 지난 2일 발표된 1월 미국의 고용추세지수(ETI)는 106.93으로, 전년 대비 5.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TI는 3개월 후에 고용률이 얼마나 증감할지를 예측하는 기준이다.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고용 호조에 따라 임금 상승률이 8년 만에 최대치로 오르면서 물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달성 목표(2%)에 근접할수록 금리인상 속도와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은 그동안 올해 최소 3차례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제16대 의장으로 공식 취임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올해 4차례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쿼츠는 내다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3월 0.25%p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1.9%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한 미국 채권 시장도 기준금리 조기 인상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채권 금리 상승은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과도 관련이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2.885%까지 치솟으면서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2.702% 수준으로 조정됐다. 4년 만에 최고 수준(2.85%)을 보였던 지난주보다는 소폭 하락한 것이다. 다만 통상 국채 장기 금리의 고비를 3% 수준으로 보는 점에 비하면 안도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미국 국채 발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연준이 국채 등 보유 자산의 축소 작업에 나섰지만 미 재무부가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에 따른 재정 적자 문제를 국채 발행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앞서 지난달 말, 오는 2~4월 기준 국채 발행 계획에 420억 달러 규모를 증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경제성장률 증가, 낮은 실업률 등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증시 하락에 대해 우려를 진화하고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방침도 채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만큼 채권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탓이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직전 거래일보다 약 104% 급등한 35.3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중 38까지 치솟았다가 조정된 것이지만 VIX가 30 이상으로 치솟은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통상 VIX가 상승하면, 위험 자산 조기 매각이 늘면서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CNBC는 "파월 의장은 전임 옐런 체제의 통화정책을 유지한다고 밝혀왔지만 취임 직후부터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의 상승이 예상될 경우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늘릴 수도 있다"며 "다만 주가 하락과 채권 금리 상승이 경제 성장 저하의 요인으로 판단된다면 3차례 이하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5일 취임 영상 연설을 통해 “현재 실업률은 낮고 경제는 성장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낮다”면서 “통화정책을 통해 우리는 경제 성장, 견조한 고용시장, 물가 안정이 지속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와 정책 연속성을 시사하는 메시지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