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추운 날씨 속에도 연일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기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70일이 채 안 됐고 중기청에서 중기부로 몸집이 커진 조직의 기틀을 잡기에도 바쁘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현장을 찾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살뜰히 챙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 때문입니다. 홍 장관은 이달 들어서만 의류제조 소상공인 밀집지역, 세운상가, 수출 기업 생산현장, 대기업 협력사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현장 방문을 진행했는데 이 모두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홍 장관이 '일자리 안정자금 전도사'로 직접 나선 셈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중소기업 대표들은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업주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최저임금과 관련된 크고 작은 정책들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실적으로 이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물론 정부로부터 사회보험료를 지원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자리 안정자금, 사회보험료 지원 모두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4대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단기 근로자들이 있어 이를 대납해주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월 보수액 190만원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고용인에게 지급하는 임금 총액 대부분 190만원을 넘기 때문에 일자리 안정자금 혜택을 보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부지기수입니다. 현재 최저임금 계산방식 항목에는 상여금·식비·교통비 등이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홍 장관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해 설 연휴 전에 일자리 안정자금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마도 달력에서 구정 연휴만 손꼽아 기다리는 영세사업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동안 홍 장관이 현장 광폭행보에 나서며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애로가 대책에 얼마나 반영됐을지, 이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돌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이번 만큼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