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일상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거나 운동할 때도 힘을 합쳐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혼자만으로는 원하는 일을 이루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기업끼리 업무협약을 맺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인수·합병(M&A)을 택하기도 한다. 모두 다 더욱 큰 힘을 얻기 위해서다.
특히 중소업체는 월등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뭉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골목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해진다.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그렇다고 환경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책적인 도움에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살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회계업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쪽도 빅4(삼일·삼정·한영·안진회계법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작은 회계법인이 끼어들어 나란히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중견 회계법인인 이현과 서일이 합병한다는 소식에 더욱 눈이 가는 이유다. 두 회계법인은 오는 3월 20일부터 이현서일회계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합병법인 대표를 맡을 강성원 회장은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빅4 회계법인 못지않은 조직체계를 도입하겠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회계법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회계업계를 빅4에서 빅5 체계로 재편하겠다는 얘기다. 강성원 회장은 얼마 전까지 업계를 대표하는 공인회계사회 회장을 맡았었다. 공인회계사회를 중심으로 업계에서 이번 합병을 반기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윤승한 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중소 회계법인끼리 합병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작은 회계법인끼리 합치는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작은 회계법인이 특정분야에서 히어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도 상생을 위한 의견을 금융당국에 꾸준히 건의하기로 했다. 똘똘 뭉치지 않고서는 제 목소리를 낼 수도, 함께 이익을 누릴 수도 없다.
물론 대형화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벤져스를 생각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회계 투명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더 나은 회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 금융당국에 요구할 게 있을 때에도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여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다. 회계법인도 뭉쳐야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