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미국 등 한국전쟁 참전국 20개국 외교장관이 밴쿠버에 모여 남북대화 지지와 대북공조를 약속하는 공동의장성명을 채택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8일 '밴쿠버 회의의 유일한 효과는 안보리 분열'이라는 제하의 사평을 통해 "이는 한반도 안정의 기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선 주요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했고 '외교장관 회의'라고 했지만 실제로 9개국 외교장관만이 참석하고 나머지는 각국 정부대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관계자나 유엔 산하기관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회의가 오히려 국제사회 분열을 조장했다고 질타했다. 환구시보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이 빈번하게 국제사회 분열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번만큼은 미국이 안보리 분열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의 행보가 안보리 결의안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그룹을 형성해 북한과 관련한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마치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해 안보리에 압력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북한 핵보유는 물론 한반도 전쟁을 결연히 반대하며 이는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 등이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미국이 북핵 해결을 원한다면 대화를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밴쿠버 회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굳건히 지지하고 있다"며 "이번에 열린 20개국 외교장관 회의는 국제사회 분열을 초래하고 한반도 안정의 기회에 타격을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 대변인은 "이번 회의는 '냉전식 사고'를 반영한 것으로 오직 대화를 통해서 안보 우려를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해소해야 북핵 위기의 평화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이끌 수 있는 플랫폼은 6자회담과 유엔 안보리라고 강조했다.
밴쿠버 회의에 참석한 20개국 대표들은 강력한 대북제재 의지를 공동성명에 담았다. 외교적 해법이 필수적이며 실현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이와 동시에 필요하면 안보리 결의안을 넘는 독자제재와 외교적 행동도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북한은 강한 불만을 보였다. 최명남 북한 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는 1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밴쿠버 회의는 해롭고 위험하다"면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차석대사는 "밴쿠버 회의가 남북이 평화정착,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은 적들이 그러한 행동(무력행사)을 하지 못하게 할 능력이 있고 또, 대화와 타협의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팀과 예술단이 참석할 예정인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는 "한민족의 행사라고 생각한다"며 "성공을 기원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