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아주경제) 공동취재단 박은주 기자 =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이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시작됐다. 한반도 이슈가 국제적 외교 문제로 부상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회담장 안팎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오전 10시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쪽으로 왔다. 북측 대표단에는 리 위원장 외에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포함됐다.
남북 연락관의 의전을 받아 남측으로 넘어온 북한 대표단은 모두 정장을 입고, 상의에는 금색 테두리에 빨간색 바탕의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겨울 점퍼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양측이 들고 온 자료들도 눈길을 끌었다. 북측 대표단은 모두 갈색 파일 폴더를 들고 온 반면, 남측 대표단은 한두 개씩 파일 폴더를 가지고 나왔다. 북한보다 자료가 많은 모습이었다.
2년여 만에 남북회담이 진행된 만큼 주최자인 우리 측은 생수 하나에도 세심한 모습을 보였다. 회의장에 물은 평창수, 차는 홍삼차를 비치했으며 롯데호텔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테이블 위의 펜 역시 검정·빨강·파랑·형광펜·연필 등 5종을 준비해뒀다.
10시 회의가 시작되자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 위원장이 서로 악수를 나누고 웃으며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어 조 장관이 날씨 얘기로 운을 떼자 리 위원장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회의 테이블에는 양측 수석대표인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이 중앙에서 마주 앉았으며, 양옆에 각각 2명씩 대표단이 배석했다.
한편 남북회담을 취재하러 온 북한 기자단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북한 기자단에는 사진·영상기자를 포함해서 총 6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속은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온 것으로 보였다. 이들의 사진용 카메라는 꽤 최신형인데 반해, 방송 촬영용 카메라는 꽤나 오래된 모델로 보였다.
원래 북한 기자는 유엔사 규정상 초록색 프레스(PRESS) 완장을 차야 하는데 완장을 찬 기자는 없었다.
이들은 우리 측 기자들에 상당히 호의적이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으며,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뤄졌다.
남북 기자들은 서로 “이번 회담 잘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켜봐야겠다”거나 “날씨가 오늘은 많이 춥다”, “어느 회사 소속이냐” 등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자신을 조선중앙통신 기자라고 밝힌 흰머리가 희끗한 한 노기자는 "회담을 좀 많이 취재해 봤는데 분위기가 오늘 특히 좋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