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나흘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국민은 정부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면서 시위대 끌어안기에 나섰다. 다만 그는 치안을 위협하고 투자 기회를 훼손하는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고 말했다.
BBC와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이란에는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폭력 시위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란 곳곳에서는 31일(현지시간) 나흘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로 집계된다. 처음에는 28일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물가 급등과 실업 문제 등 경제적 불만에 항의는 시위에서 시작됐다. 당초에는 강경 보수파가 진보 개혁 성향의 로하니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조직한 시위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후 시위가 점차 이란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시위대의 구호는 단순한 경제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았다. 구호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로하니 대통령, 이란의 개입주의 외교정책 등 이란의 보수 체제, 현 정권을 모두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시위 지역은 이란 전역으로 급속히 확대됐고 일부에서는 충돌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 2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전국 규모로 행해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란의 보수파와 개혁파 모두 어떻게 하면 이번 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다. 이날 로하니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한 강력 단속이 아니라 이해한다면서 포용의 뜻을 나타낸 것도 시위대의 편에서 기득권 정치 지도자와는 다른 측면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취임 후 이란에 적대적 태도를 명확히 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란 국민들이 “돈과 부를 테러리즘에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에 마침내 눈을 떴다”면서 이란 국민들의 시위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란 지도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