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총회를 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거부하는 ‘예루살렘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국제사회가 미국의 일방적 외교에 반대를 외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엔은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거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128대 9라는 압도적 표차로 채택했다. 미국, 이스라엘, 미크로네시아, 마셜제도, 나우루, 팔라우, 토고, 온두라스, 과테말라가 반대했다. 캐나다, 멕시코, 호주, 폴란드 등 35개국은 기권했다.
18일 유엔 안보리는 예루살렘 선언 무효 결의를 추진했으나 당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에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유엔 총회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국제사회는 일방적 외교를 추진하는 미국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결의안은 미국을 콕 집어 명시하지 않았지만 예루살렘의 지위를 변화시키는 일방적인 선언은 법적 효력이 없으며 철회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회원국들에 이번 결의안에 반대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고 트위터를 통해 어떤 나라가 반대하는지 목록을 만들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일 각료회의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나라들에 재정적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결의안 채택을 두고 “미국은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유엔에 세계 최대 규모의 기부를 해달라는 부름을 받을 때 오늘의 결가를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한 뒤 눈에 띄게 분개한 모습으로 회의장을 나갔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대해 존 브레전 전 CIA 국장은 트윗을 통해 "예루살렘에서 미국의 입장을 반대하는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국가들에 대한 보복 위협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에게나 맹목적 충성과 복종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 같은 성향은 복수심에 가득 찬 독재자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