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둔 DB손해보험이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러나 보험업계 관행과 달리 위로금 한 푼 없이 직원을 내보내고 있어 원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최근 90년대 초반 입사자 중 저성과자를 골라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통보했다. 구조조정 대상자들은 향후 3개월 동안 일신 정리 기간이 주어졌다. 그 동안 회사 정책이 바뀌거나 개인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입증하기 어려울 경우 희망퇴직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퇴직을 유도해야 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회사는 노동자에게 적지 않은 위로금을 지급한다.
실제 지난해 대부분 보험사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알리안츠생명은 42개월 급여를, 교보생명과 삼성생명도 각각 30개월과 24개월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손해보험사만 따져보더라도 메리츠화재와 MG손보가 지난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각각 평균임금의 32개월, 24개월치를 지급했다.
때문에 DB손보 내부에서는 위로금조차 지급하지 않는 구조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올해 DB손해보험이 사상 최대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DB손보는 올해 누적 3분기(1~9월) 당기순이익 5643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 4502억원을 뛰어넘었다. 4분기 순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B손보 직원은 "경쟁사는 그나마 위로금이라도 주고 희망퇴직을 진행하지만 DB그룹은 그런 것도 없다"며 "회사가 사상최대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둔 마당에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저성과자 대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저성과자와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직원이 발생한 것 같다"며 "회사에서 강제로 해고시키는 게 아니어서 위로금을 따로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