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만 편의점 점주의 최대 고민은 ‘사람 관리’다.
정확히 말하면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에 대한 모집, 면접, 교육, 근태관리다. 24시간 문을 열어야 하는 편의점 특성상 주중에 근무할 사람, 주말에 근무할 사람을 따로 구해야 하고, 주간반과 야간반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
특히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알바생의 돌발 상황, 아프거나 집안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 길 경우에는 편의점 점주는 비상이 걸리기 일쑤다. ‘펑크’난 알바 자리를 대신 ‘땜빵’해 줄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가친척에 도움을 구하거나 주중근무 알바를 돌려 막는 방법이라도 가능해 지면 다행이지 만 이도저도 안 되면 편의점 점주 내외가 꼼짝없이 ‘대타’를 서야 한다.
알바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편의점 점주는 그야말로 24시간, 365일 말뚝근무를 서야 한다. 만성피로를 달고 사는 극한 직업이 편의점 점주인 것이다. 편의점 운영하는 사람치고 친척 이나 친구들 경조사에 핀잔을 안 받고 사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무슨 떼돈을 번다고 가 까운 사람 경조사에 얼굴조차 못 비치는 것이냐?”는 핀잔 말이다.
편의점 알바가 성실하고, 점주의 사정도 잘 봐주는 경우라면 천만다행이지만 불성실한 알바 를 만나면 지옥이 따로 없다. 말도 없이 안 나오고, 연락 안 되고, 손님 대하는 태도가 나쁜 알바도 있다. 재고나 돈에 손을 대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알바에 대한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쉬는 게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있다.
◆‘긴급인력 수요’ 해소 사업모델
편의점 점주들이라면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이런 상황에 닥쳤을 것이다.
‘땜빵닷컴’은 바로 급하게 사람을 뽑고 싶은 점주와 일을 찾는 구직자간 간극을 메워줄 매개체, 즉 인력시장에 존재하는 ‘긴급인력 수요’를 해소해 주는 것이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땜빵닷컴 운영사인 휴먼엔스토리의 최승욱 사장은 2000년 초반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처음 세상에 알려진 직업 파견업의 역사를 함께해 온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당시 인력 파견업체로 업계에 많이 알려졌던 일사랑 컨설턴트 기획실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땜빵닷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대체 인력이 필요한 가맹점주가 ‘땜빵닷컴’에 긴급구인을 신청하면 땜빵닷컴의 데이터베이스(DB)에서 추출한 대체인력을 매칭하고, 이들을 컨텍해 해당 사업장에 대체인력을 파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루 이틀 자투리 시간 활용해서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알바생들에게도 유익하다. 긴급 일자리인 만큼 시급도 시간당 최소 8000원에서 1만원으로 높게 책정했다. 일반 알바보다 시간당 1500원 정도 높다고 한다. 학기 중에는 한두 달씩 하는 고정 근무보다 그때그때 생기는 알바 자리로도 유용하다. 날짜와 시간대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알바가 버는 돈에서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지 않는다. 가맹점주로부터 땜빵 인력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받는 의뢰비를 수익 원천으로 하고 있다.
◆지사장 운용 DB 통해 점주·알바생 연결
인력수요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는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같은 기업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땜빵닷컴의 서비스는 이들 업체들과 차이가 있다.
알바천국이나 알바몬은 앱을 활용하는 자동방식이다. 사이트를 만들어 판을 펼쳐놓으면 구직자 구인자가 사이트에 접속하여 서로의 필요를 해결하는 방식이고, 회원 가입부터 공고 등록까지 모든 단계가 무료다. 유료 배너 등 유료 상품을 사용할 경우에만 비용이 발생되며, 이는 필수 사항이 아닌 선택 사항이다.
반면 땜빵닷컴 시스템은 KT통화매니저를 활용, 전국번호로 걸려오는 구인신청을 본사 TM실에서 접수받아 홈페이지 시스템 상에 오더로 접수하여 각 지사장에게 웹 발신으로 이를 뿌려주면 해당 지역 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알바 DB를 바탕으로 가맹점으로 알바를 보내는 반 자동 시스템을 채택했다.
땜빵닷컴 관계자는 “인력관리를 앱이 아닌 사람(지사장)이 하면 아르바이트 인력의 이력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인력을 원하는 점주들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력 사항별로 정리된 체계적인 DB 활용과 사전면접을 통해 모집된 각 지사의 아르바이티 인력은 본사로부터 4대 보험이 가입된 파견직 직원으로 우선 채용해 운영된다. 이들에게는 도난, 상해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보험도 적용한다.
이전까지 가맹점주들은 1~2일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기도 어렵고, 가족이나 지인, 다른 날짜 알바에게 부탁을 하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땜빵닷컴을 통한 인력수급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초보자가 아니라면 별도의 교육시간도 필요 없다고 한다.
알바 경험이 전무한 초보자도 걱정이 없다. 땜빵닷컴 홈페이지에는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 메뉴얼이 올라 있어 매뉴얼로 공부를 하면 된다. 또한 알바들의 근무자세 및 근태를 평가해 가맹점주들에게 정보를 제공, 대체인력 검증에 대한 서로의 수고를 덜 수 있다.
◆편의점 넘어 ‘산업 땜빵 인력’ 공급도 추진
현재 땜빵닷컴은 전국 1만4천개의 편의점을 구축하고 있는 GS25와의 계약을 협의 중에 있으며 이밖에 국내 30여개 회사와 업무협약을 추진중이다. 더불어 가맹점주 대신 알바를 면접 하고 교육하고, 관리해 줄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지사장을 모집 중이다.
회사는 초기 론칭 시장을 편의점 베이스로 잡은 것은 편의점이 전국적으로 4만 곳이나 된다는 점 외에도 아르바이트 경험자 중 ‘편의점 알바’ 경험자가 대단히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도 편의점 알바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다. 포스 다루고, 재고정리하는 것도 익숙한 인력 풀이 충분히 존재한다”면서 “초기에는 편의점 위주로 대체인력을 제공하고, 이어 페스트 푸드점이나 페밀리 레스토랑, 커피 전문점, 치킨 프랜차이즈 등에도 인력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알바에 대한 활동내역, 평점 등의 DB가 충분히 쌓이면 추후 대형마트를 비롯한 과외, 학원, 산업 부분의 ‘땜빵 인력’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