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고 불편하던 보험금 청구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뀐다. 진료비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보험금이 바로바로 지급된다. 몇 만원 수준의 소액 진료비도 놓치지 않고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상당한 이득이다.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올해부터 보험업계에 도입되는 4차 산업혁명 변화의 일환이다.
현재 정부와 보험사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지급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번 서비스를 계기로 보험업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가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병원에 보험금 청구 의사를 밝히면 30만원 이하 소액보험금을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 보험계약자 확인을 통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로 전송하면 보험금을 바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보험 가입자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청구서를 작성해 진료비 영수증, 진료기록 사본 등을 동봉해 팩스나 우편으로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했다. 절차가 번거롭다보니 소액 보험금은 아예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2015년 보험연구원이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만원 이하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은 경우가 51.4%로 나타났다. 이번 자동청구 서비스를 활용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소액 보험금도 꼬박꼬박 받을 수 있게 된다.
교보생명은 상반기 시범운영을 마치고 전체 운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자동청구 기술을 다른 보험사에도 적극 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주관 시범 사업자로 선정돼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업계 전반적인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도다. 기술 안정성이 검증된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빠르게 해당 서비스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시범운영 기간 기술적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오래 걸리지 않고 해결될 수 있다는 게 IT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보생명과 정부 외에 다른 개별 보험사들도 각각 보험금 청구 간편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 보험금 청구가 편한 보험사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 보험금 청구 간편화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모바일을 활용한 청구 간편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KB손해보험은 창구 방문 없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전용 앱을 출시했고, 하나생명도 100만원 이하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전용 모바일 창구를 오픈했다. 이밖에 대다수의 보험사들이 모바일 보험금 청구 간편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자동청구로 보험사들의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가입자 유치 효과 보험사 이미지 제고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기가 온 만큼 관련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