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에도 가상화폐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부동산 거래에 활용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자금 추적이 어려워 불법적 탈세, 자산 버블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과 연계됐을 때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미국 뉴욕에서 주거용 부동산 관리자들에게 관련 시스템을 제공하는 매니지고는 내년 임대료를 가상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부동산업자들은 임차인으로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세 가지 가상화폐로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최근 미국의 한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서는 비트코인으로만 거래할 수 있는 콘도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 터키에서도 아파트 매매에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다수의 국가에서 가상화폐가 부동산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부동산 거래에 가상화폐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가상화폐를 받는 상점이 늘어나고 있는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향후 부동산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부동산 거래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일명 공공 거래 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내역을 보내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를 부동산 거래에 적용하면 따로 등기소에서 비용을 들여 부동산 거래를 보증할 필요가 없어지는 등 수많은 서류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이 부동산시장에서 본격 활용되면 가상화폐 결제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와 같이 주택 매매에 활용되는 것은 아직 위험성이 커 보이지만 임대료를 비트코인 등으로 받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앞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을 통한 부동산 거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법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문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경우 자금 출처를 모르기 때문에 부동산을 상속하거나 할 때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가상화폐는 거래자의 신원 노출이 안 되고 현재 과세당국의 관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가 부동산시장에서 활용되는 가운데 향후 버블이 터질 경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부동산시장이 폭락하면서 제2의 금융위기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