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즉 승강기는 '건축법'에 따라 6층이 넘는 높이에 바닥면적이 2000㎡ 이상 건물이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당장 승강기가 망가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아찔하다. 정전이나 가상화재 대피훈련 때 아주 가끔이지만 이런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매일 무심코 타고 내리는 승강기에서 사람이 붐빌 땐 어쩌다 경고음을 듣는다. 내부 공간이 여유가 있고, 탑승자도 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데 주위 눈치를 살펴야 할 순간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승강기 자체로 설계돼 정해진 1명당 무게가 65㎏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인승은 정격하중이 최대 1350㎏ 규모인데도, 17명 내외면 이 무게를 모두 채우기 때문에 인원 초과음을 내는 것이다.
승강기의 '1명=65㎏' 등식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발표한 '인체치수 조사' 자료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사연을 이해할 수 있다. 20~70세 한국인 평균 몸무게는 1992년 남성이 66㎏이었다. 국내 승강기 탑승 정원을 규정한 것과 일치하는 시기다. 국민 몸무게는 시간이 흘러 남성의 경우 2005년 69.8㎏, 2010년 71.1㎏, 2015년 73.1㎏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에 반해 승강기 정원 산정기준은 1992년부터 그대로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제기준(유럽연합 EN 81-20)은 정격하중을 75로 나누는 계산식으로 엘리베이터 탑승 인원을 산정하고 있다. 2015년의 상황과 적합하다. 그렇지만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유일하게 75가 아닌 65 지수를 고집하고 있다. 26년째 변함이 없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제기준 적용이 바람직하다고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 정격하중을 나누는 수치(65 또는 75)는 평균 몸무게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소지하는 물건 그리고 이용자 간 필요한 거리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향후에 건축물의 구조설계 변경이 불가피하지만 충분히 준비기간을 부여한다면 혼란은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참 늦었지만 해당 공공기관도 이 문제를 서둘러 개선하려 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는 현장의 지적에 따라 국토교통부 등이 포함된 전 부서 의견을 듣고, 행정예고를 진행 중이다. 이어 행안부는 조만간 규제 및 법무담당관실 심사를 거쳐 2018년 2월께 고시발령(관보)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개정 내용에는 승강기 정말안전검사의 검사항목 보완도 담긴다.
최근 다수의 언론과 함께 국정참여 전자민주주의 창구인 국민신민고 등에서 '엘리베이터, 정원초과 안 했는데 경보음 울리는 이유', '10인승인데도 성인남자 7명밖에 못 타는 크기임' 같은 제목으로 승강기 표준의 시정을 요구하는 주장이 거세다. 미비함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알고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일반국민의 혼란을 방지하면서 국제기준에 따른 탑승 정원을 산정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