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받은 게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 <최경환 한국 전 경제부총리>
"검은 고양이나 흰 고양이나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덩샤오핑 중국 전 상무(경제)부총리>
"지도자의 제1책무는 창조와 혁신에 능한 인재를 공정하게 발탁하고 그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끔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다." <한정(韓正) 중국 차기 상무부총리 내정자>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중국의 핵심인물 ―중국 상무부총리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2015년 우리나라의 총수출액 비중의 31.8%를 중국(홍콩 5.8%포함)이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미국 13.3%, 베트남 5.3% 순으로, 4위인 일본(4.9%)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의 두 배에 달하는 대중국 수출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469억 달러로 역시 압도적 비중의 무역흑자 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에 가장 중요한 중국의 핵심인물(Key Man)은 누구일까? 단언컨대 상무(常務)부총리(제1부총리)를 맡는 자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시대 상무부총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자유무역구 등 메가 프로젝트를 총지휘하는 중국 경제 최고 총사령관이다.
중국 경제·금융·무역 중심 도시인 상하이 시장과 당서기를 15년간 역임한 한정(韓正, 1954년생) 신임 정치국상무위원(당서열 7위)은 차기 상무부총리로 내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년간 정치국 상무위원 서열 7인자가 상무부총리를 맡아온 인사패턴을 보더라도, 돌발상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정은 내년 3월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5년 임기의 상무부총리(장관급 이상 정부고위직 임기 5년, 중국헌법 제87조 참조)에 취임할 것이 확실시된다.
상하이 시장 시절인 2010년 한정은 세계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상하이 당서기로 승진한 시진핑 집권 원년인 2013년에는 중국 최초의 자유무역구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6월 16일에는 미국 본토의 디즈니랜드에 손색이 없는 ‘상하이 디즈니랜드’도 개장했다. 무엇보다 한정은 상하이에서 과거 ‘국내총생산(GDP) 지상주의’에서 탈피해 민생과 환경부문에 주력함으로써 중국 최대도시에 질적 성장을 가져온 ‘스마트 경제통’으로 평가받는다. 시진핑 시대가 추구하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걸 맞는 중국 경제총사령관으로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이제 한정 개인보다 ‘상무부총리’ 직위에 중점을 두어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중국의 상무부총리를 우리나라의 경제부총리 쯤으로 여기고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마오쩌둥(毛澤東)을 이은 중국 제2세대 최고 권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은 한사코 국가주석이나 국무원 총리 자리를 사양하는 대신 상무부총리를 맡았다. ‘정치 9단, 경제 10단’ 덩샤오핑이 맡았던 정부 최고직위는 ‘상무부총리'였다.
덩샤오핑 이후 상무부총리는 제1 부총리이자 경제부총리로서 중국 경제의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의미했다. 역대 상무부총리들은 개혁개방 노선을 진두지휘하면서 경제건설을 당차게 밀고 나가면서 오늘날 'G2(주요2개국)' 중국의 초석을 다져나갔다.
덩샤오핑의 뒤를 이은 상무부총리는 각각 덩의 왼팔과 오른팔로 불리던 실세 완리(萬里, 1982~1988), 야오이린(姚依林, 1988~1993)이다. 장쩌민(江澤民) 시대의 주룽지(朱鎔基, 1993~98년)와 리란칭(李岚清, 1998~2003),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의 황쥐(黃菊, 2003~2007, 재임중 병사), 리커창(李克强, 2008~2013년), 그리고 내년 3월 한정에게 바통 터치하고 퇴임할 장가오리(张高丽, 2013~2018)까지 상무부총리는 모두 중국 당·정 고위인사 중 '에이스 중의 에이스'로만 명맥을 이어 내려온, 카리스마의 아우라가 광휘로운 영광의 자리이다.
◆국가 부주석보다 높은 상무부총리
중국에서 국가 부주석과 상무(제1)부총리 둘 중 누가 더 높을까? 놀랍게도 상무부총리가 국가부주석보다 훨씬 높다. 내년 3월까지 잔여임기가 각각 남은 장가오리 상무부총리의 당직급은 정치국상무위원이었고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의 당직급은 정치국 위원이었다. 상무부총리가 국가부주석보다 당 서열뿐만 아니라 당 직급이 더 높다. 정치국위원이 중장이라면 정치국상무위원은 대장인 셈이다.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영도하는 중국 정치체제상 당직이 정부직보다 우선한다. 시진핑이 중국 권력1인자로 공인받는 근거는 그가 국가주석이 아니라 당 총서기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총서기가 겸직하고 있는 국가주석 자리는 내각책임제 아래 대통령직보다 못한 명예직에 가깝다. 지금 중국에는 국가주석실이 따로 없다. 국가주석도 이런데 하물며 국가부주석은 말해서 뭣하리.
영문으로 'vice president', 즉 ‘부통령’이라는 뜻으로 번역되는 국가부주석이 총리(prime minister)라면 몰라도 부총리(deputy prime minister)보다 낮은 경우는 현대 세계 각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믿기 어렵지만 분명한 팩트다.
일례로 장쩌민 정부 1기 시절(1993~1998) 롱이런(榮毅仁, 1916~2005) 국가부주석은 정치국원은커녕 중국 공산당 당원도 아니었다. 사회·문화계 명망 인사 중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60년간 중국 국가부주석의 당 직급과 당서열이 상무부총리보다 높은 시절은 1998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5년간뿐이다. 즉 장쩌민 정부 2기의 국가부주석 후진타오(당 서열 5위)와 후진타오 정부 1,2기의 국가부주석 쩡칭홍(曾慶紅, 당 서열 5위), 시진핑(당 서열 6위)이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 1기의 국가부주석 리위안차오는 정치국 위원(당서열 8위~25위)에 지나지 않으나 상무부총리 장가오리는 정치국 상무위원(당서열 7위)로서 상무부총리가 국가부주석보다 당직급과 당서열이 높게 환원되었다.
◆중국경제 오케스트라 지휘자, 상무부총리
이처럼 중국의 상무부총리 자리는 한국의 경제부총리와는 시스템과 포지션 면에서나, 실제 권력 면에서나 차원 자체가 다르다. 상무부총리는 중국 경제라는 경기장의 야구 에이스 투수, 미식축구 쿼터백 같은 핵심 포지션이다.
상무부총리 휘하에는 국무위원(부부총리) 5인 중 1인을 비롯, 상무부·재정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공업및정보화부·인력자원및 과학기술부·국토자원부 등 국무원 부위(部委, 부와 위원회) 25개 중 15개 경제관련 부위가 “명령만 내리소서!” 하듯 상시 대기하고 있다.
상무부총리는 국무원 직속특설기관이자 중국의 모든 국유기업을 관리감독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부서'라고 정평이 난 국유자산 감독관리위원회도 직속에 두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상무부총리는 세무총국(국세청)등 국무원 직속기관 14개 중 5개, 은행감독관리위원회(우리나라 금융감독원) 등 국무원 직속사업단위 13개 중 4개를 총괄하는 지위와 권한, 지휘책임을 아울러 부담하는 핵심중의 핵심 직위이다. 한마디로 상무부총리는 중국 경제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 “정신을 한 곳으로 모으면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겠는가.” 고사성어 그대로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정치 9단, 경제 10단’ 덩샤오핑이 1978년부터 상무부총리를 맡은 후, 2017년 말 현재까지 40년을 한결같이 중국 정치권력 핵심 중에서도 최고의 경제통으로 검증된 자를 상무부총리로 발탁, 중국 경제 컨트롤 타워를 맡아 중국 경제를 성장시켜 왔으니, 오늘날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G2국가로 웅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