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현민은 영리한 배우다.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배역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때문이다. ‘마녀의 법정’에서도 그랬다. 극중 소아정신과 출신 초임검사 여진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윤현민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녀의 법정’은 10%대 시청률을 훌쩍 넘으며 큰 인기 속에 종영했다. 드라마에서 한 축을 담당해썬 윤현민은 무사히 드라마를 마친 소감에 대해 “올해 되게 감사한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잘되는 작품을 하나만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런데 ‘터널’에 이어서 두 번 연속 잘 됐다는 건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며 “운이 좋아서 감사했다. 방송 끝나고도 일본이나 아시아 투어도 할 수 있었는데 그것 역시 감사한 일이다. 참 고마운 한 해였다”고 밝히며 2017년을 복기했다.
윤현민의 말처럼 2017년은 그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터널’이 OCN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마녀의 법정’ 역시 월화극 1위로 막을 내렸다. “‘터널’ 촬영은 꽤 힘들었다. 당시 터널 안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있는 게 그 장면이 OK 컷이 나고서는 눈물이 나더라. 그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액션 연기도 많고 뛰어다니는 것도 많아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생과 시청률이 OCN 최고를 찍었다고 해서 고생한 보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눈물이었던 것 같다”며 “‘마녀의 법정‘은 끝나고 나서도 고생은 고생이지만 운 까지 따라준 것 작품이다. 사실 기대를 많이 못 했던 작품이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마녀의 법정’이었지만 윤현민은 초반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을까. 그는 “다른 방송사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데, 우리는 다소 무거운 소재지 않았느냐. 그래서 나 뿐 아니라 드라마 출연 배우 분들과 제작진들까지 모두 고민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시청자 분들에게 거부감이 들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좋은 시국이 아닌 상황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인데 드라마에서 조차도 밝고 아름다운 로맨틱 코미디를 선호하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저희 드라마를 많이 봐주시고 공분을 하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마녀의 법정’은 아동성폭행과 같은 무거운 소재가 극 전체를 관통했다. 쉬이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캐스팅 제안을 받고 다소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마녀의 법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윤현민은 “로맨틱 코미디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런 작품 위주로 체크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마녀의 법정’ 드라마가 제게 왔고 법정 드라마라고 했을 때도 로맨스는 분명 없어야 된다고 생각었다. 그래도 책을 한 번 읽어보게 됐는데, 읽고나서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이걸 거절했다가는 작품 보는 눈이 없는 바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완벽한 대본이었다.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 대본이 좋아서 끌림 때문에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작가님과 자리를 가졌을 때도 작가님께서 ‘현민 씨 안 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로맨틱 코미디를 굉장히 하고 싶어 하는 걸 알았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 또 통통 튀어 다니고 하는 것들이 여자 캐릭터가 붙고 제가 연기를 하는 캐릭터는 마이듬을 잡아주는 캐릭터라서 어떻게 보면 재미없을 수도 있을 법한 캐릭터를 하실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결과마저 좋으니 통쾌한 것도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을 성공시키는 윤현민. 그는 자신이 작품 고르는 기준에 대해 “선택하는 대본은 4회까지 읽었을 때 후루룩 읽히는 대본을 좋아한다. 소설책처럼 읽는 게 아니라 대본 한 번 읽으면 스토리를 알지 않느냐. 남녀의 주 캐릭터들이 둘이 어떻게 붙이려고 할까 싶어서 호기심에 계속 읽게 되는 케이스가 있는데, 후자 쪽을 보는 것 같다”며 “캐릭터가 좋으면 그 위주로 대본을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마녀의 법정’을 통해 윤현민은 정려원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되게 좋았다”던 윤현민은 “전 예전부터 누나의 필모그라피를 좋아하는 후배였다. 그 스타일을 너무나 따라가고 싶었던 사람이다. 날 것의 연기를 하는 게 부러웠고 그런 연기를 하는 사람을 꿈꿨는데 누나가 이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아싸!’라고 외쳤던 것 같다”고 웃으며 “저는 결정하고 나서 려원 누나가 결정 했는지 안 했는지 계속 물어봤던 것 같다. 하기로 했다고 듣고 굉장히 좋았다”고 솔직히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어 정려원에 대해서는 “극중 마이듬과 전혀 다르다. 굉장히 순하고, 말수도 없고 되게 조용조용한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내성적일 수도 있는 사람이다. 처음 캐스팅 되고 나서 려원 누나와 여러 번 만났다. 그때 느낀 건 누나가 연습벌레라는 거였다”며 “본인도 이듬이 같은 여자로 살고 싶다 하더라. 저도 그 마음이 뭔지 안다. 저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스타일이라서 낙천적인 사람을 참 부러워하는데, 누나 역시 이듬이처럼 속마음을 이야기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누나가 이듬이 역할을 해내는 걸 보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또 연기 할 때 호흡도 좋았다. 누나는 최고의 파트너였던 것 같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누나와 계속 연을 쌓고 싶다고 생각 들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이다”라고 극찬했다.
윤현민은 가장 힘들었던 장면에 대해 “5회가 가장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5회는 작가님께서 ‘진욱이의 회차가 될 거다’라고 말씀하셨었다. 5회에서 의사에서 검사로 넘어오게 된 이유와 진욱이만의 상처를 풀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대본을 봤더니 너무 먹먹해지더라. 읽다보니 너무 화가 났었다”며 “사실 드라마를 위해서 만들어진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지 않느냐. 아동 성폭행 사건 기사가 메인에 뜨면 보지도 못할 정도로 먹먹해질 때가 있다. 배우로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 대본을 보는데 너무 힘들고 조심스러웠다. 혹여나 이걸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분들이 다시 한 번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상기시키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됐다. 그런 고민으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힘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작품의 방향성을 잡은 게 5회차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감독님이 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다가 갑자기 눈물을 쏟으시더라. 감독님께서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시진 않았지만 연출자로서 굉장히 힘든 부분이었고 감독님도 자식을 가진 아버지로서 드라마 내용은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왔었던 것 같다. 배우로서 연기하기 힘들었지만 그 부분이 저희 작품의 방향성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진정성으로 고민 하고 피해자의 입장을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런 방향성과 모든 감독님과 배우들의 마음이 그랬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 분들도 더 공감을 하고 공분을 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노력한 만큼 그에 따른 댓가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마녀의 법정’을 통해 시상식에서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윤현민은 끝까지 겸손했다. 그는 “신인상 노미네이트는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연기 우수상은 못받을 것 같다”고 겸손함을 드러내면서도 “그런데 려원 누나가 큰 거 하나 받으면 통쾌할 것 같다. 제가 받은 것처럼 기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 커플상은 주시면 감사하게 받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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