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 지역에서 자유무역 선봉자로 나선 중국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세워 신흥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세계 교역시장 변화에 발맞춰 일대일로에 편승,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필요성이 요구된다.
중국내에서는 주민의 불평이 팽배한 서부 저개발지대를 일대일로 일대에 편입하고, 경제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으로 △경제협력 △통상협력 △지역개발이라는 3대 사업으로 구성된 대외경제 종합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경제협력에서는 인프라 연계는 물론 에너지·산업·투자협력, 글로벌가치사슬 고도화를 포괄한다. 통상협력에서는 통관·검역 등 무역원활화, 무역·투자 개방 확대, FTA 확대 등을 향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개발에서는 중국·북한·러시아 변경지역은 물론 한국·중국·일본, 중국·북한·한국 등 동북아지역 협력도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일대일로 문재인 정부 '新북방정책'과 맞물려
일대일로로 연결되는 나라의 인구는 44억명, 국내총생산(GDP)은 2조1000억 달러로 세계 인구의 63%, 세계 GDP의 29%를 차지한다. 잠재적 경제가치만 1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중국 당국은 추산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주변 아시아 신흥국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만큼, 중국은 일대일로 건설 방안을 모색해 신흥시장 공략에 혈안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일대일로 건설과 한·중 협력 포럼'에서는 한국과 중국기업이 공동으로 일대일로 관련 제3자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중국에 대한 높은 교역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이 맞물려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의 대 중국 교역의존도가 빠르게 상승한 반면, 중국의 한국 교역의존도는 지난 2000년 이후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부품 수출의존도는 지난 2000년 19.7%에서 2016년에는 40.9%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중국경제에 대한 예속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대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아세안국가를 비롯, 중앙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 등과의 교역을 통해 지나친 중국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일대일로에 흡수될 수 있는 아시아 국가의 경제산업지도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펼쳐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돼 경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 기업 측면에서 중국시장을 놓고 다국적 기업과 중국 기업이 경쟁하는 구도가 아닌, 제3자 시장 개척의 파트너로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질 수 있다고는 분석도 나온다.
일대일로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중국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동남아시아 지역도 경제통합이 진척되면서 교역 증가 및 투자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한국종합물류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설계·정보기술·운영·마케팅 등이 망라된 종합 개발사업"이라며 "이 분야에 한국 관련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 뒷받침을 받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우리 정부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협력 방향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우리기업 일대일로 건설 프로젝트·물류망 사업 등 진출 가능
중국이 동북아지역 일대일로 구상에 한국 참여를 적극 환영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6월 한국 일대일로 시찰단과 중국 측이 가진 간담회에서 천하이(陳海) 외교부 아주사((司·국에 해당) 부사장은 "일대일로는 모든 참여국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 번영의 프로젝트이자 플랫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기업은 △주요 건설 프로젝트 공동참여 △유라시아 횡단철도 등 물류망 △전자상거래 및 통관원활화 정책을 활용한 중·서부 내륙지역 진출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분야별로, 먼저 인프라 및 산업협력 분야에서는 주요 건설 프로젝트 공동참여는 물론 유라시아 횡단철도 등 물류망, 전자상거래 및 통관원활화 정책을 활용한 중서부 내륙지역 진출 등이 있다.
또 중국이 체결한 가장 선진적인 FTA가 한·중FTA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다. 한·중FTA 활용 극대화는 물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양국이 포함된 무역협정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밖에 한·중을 아우르는 지역개발 협력이다. 환황해지역, 동북지역 등 인접국가로서 동북아에서 한중이 만들어 갈 일대일로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
특히 21세기 에너지 안보가 국가의 생존 문제로 대두되면서 '제2의 중동'이라 할 수 있는 중앙아시아 시장이 부각되고 있다.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3국은 카스피해 인근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지역의 잠재 원유 매장량이 2000억~300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우라늄과 크롬의 경우,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또 다수의 광물 매장량도 세계 10위권안에 든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면서 의존 비중이 8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수입국의 다변화 측면에서도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산업구조의 다양성을 추진하면서 경제발전 경험과 높은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와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펼쳐가면서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와 적극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정치·경제·인적 교류 등 포괄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같은 달 8일 동남아 순방 첫 일정인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신남방정책'을 천명했다.
오는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중국 수준인 200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등 우리 무역의 다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또 5~6%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는 아세안 지역을 새로운 번영의 축으로 삼아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우리 경제 새로운 돌파구로 적극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 기회 발굴과 참여가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상대국 중 하나로 일대일로라는 중국 그랜드플랜에 올라타 양국 공동의 이해관계를 맞춰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