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1문제가 어휘 문제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 수능 문제에서 한은 직원들의 실질 정답률은 60%이다. 조사해 보니, ‘오버슈팅’이란 개념은 경제학도도 대학 과정 중 3학년 때 배우는 어려운 개념이란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치는 수능 시험이 이렇게까지 어려울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10년 동안 수능을 가르쳐 온 국어 강사인 필자는 이 지문을 어떻게 읽고,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필자는 6문제를 다 푸는 데 11분 35초 걸렸다. 물론 6문제 중 6문제를 다 맞혔다. 물론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수능 만점자 10명은 모두 다 이 문제를 정확하게 풀었을 것이고, 필자가 알고 있는 상위권 학생들도 국어 100점은 아니지만 ‘오버슈팅’ 문제들을 다 맞추었다. 심지어 그들 중 몇몇은 ‘오버슈팅’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도 말한다. 국어 전공자나 일반적인 학생이 경제학 전공자들도 틀리는 경제 문제를 맞히는 아이러니! 하지만 이 아이러니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정보화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과도한 정보량을 처리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수능 국어 시험이 측정하고자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의 한계를 고려, 정보량을 조절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앞으로 더욱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반드시 전수돼야 한다. 그런데 요즘 수능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몇몇이 수능을 아주 이상한 시험으로 오해한다. 주입식 교육의 원인인 아주 암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이 기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들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 과제다. 하지만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는 누구일까? 그들은 자신들에게 생소한 지식이더라도 그 내용을 이해해 다른 지식과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즉 그들은 깊진 않지만 많이 알고 있는 잡학다식한 자들이 아니다. 자신의 전공지식을 심도 깊게 알고 있으면서도 처음 들어보는 지식도 이해하며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인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어가, 독해력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고교생들에게 대학 과정 지문을 냈다며, 학생들을 괴롭히는 수능 시험이라고 얘기하는 지금의 인식을 보라. 우리 교육은 과연 4차 산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