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사무실에 수사관 15명을 보내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김 총재는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부임 후인 2016년 3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연맹 예산을 개인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이날 경찰은 김 총재 사무실 등에서 연맹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회계자료 등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은 김 총재가 유용한 금액이 수천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 총재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홍보특별보좌관으로 재직할 당시 민원인에게 대가를 요구했다는 의혹, 자유총연맹의 보수단체 집회 참여와 관련한 위법성 유무 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자유총연맹은 대표적인 보수단체로 정치권에서는 조직 자체를 일종의 '이념-권력기관'으로 여긴다. 이 단체는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 운영된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년 13억~14억원을 지원받는 최대 관변단체였지만 주먹구구식 운영과 임직원들의 공금 유용, 각종 정치적 발언 파문 등으로 올해 예산은 2억5000만원으로 깎였다.
연맹 측은 전국 광역단체마다 연맹 지부가 설치돼 회원수가 최대 35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전산에 등록된 활동 회원수는 약 80만명 정도다.
경찰이 보수 관변단체를 향해 벼르는 이슈는 단순히 김 총재의 자금 유용 혐의가 아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그동안 보수 정권의 '행동대장' 역할을 해왔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회원 10만명을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2013년 대학들의 국정원 선거개입규탄 시국선언에 대해서는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만드려는 종북세력’이라고 비난했으며, 2010년에는 ‘4대강사업 성공기원’ 전국민대회도 개최한 바 있다.
때문에 총연맹 역대 대표 역시 ‘대통령의 남자’가 맡아왔다. 자유총연맹 회장은 정기총회를 통해 의결받지만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예외 없이 회장이 됐다. 그러나 역대 회장은 줄줄이 검찰,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권정달, 박창달 전 회장은 과거 여당 의원 출신으로, 국가보조금 전용 및 횡령 의혹 등으로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근까지 연맹 대표를 맡고 있는 김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 계열로 정치활동을 시작해 줄곧 민주당에 몸담았으나 2010년대 들어 보수로 행보를 바꿔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홍보특별보좌관을 지냈다가 2016년 자유총연맹 총재로 선출됐다. 그는 지난해 촛불집회와 올해 대선 정국에서 잇단 막말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