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교칼럼] 안철수와 유승민의 중도통합론

2017-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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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칼럼]

 

                         [사진=서성교 초빙논설위원·바른정책연구원장]

             

안철수와 유승민의 중도통합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분당과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제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원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득권 정당 중심으로 여야가 다시 재편되는 형국이다. 이와 더불어 안철수와 유승민 대표는 정치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며 정치적 존재감이 추락했다. 5·9 대선 직전에 13명의 국회의원이 탈당한데 이어 추가로 9명이 탈당했다. 잔류한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은 12월 중순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유승민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이든, 국민의당과 중도통합이든 결론을 내야 한다. 유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절대 없다’면서 국민의당과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는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며 독자 노선 고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선 때 지지한 220만명(6.8%)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고집이다.
국민의당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안철수 대표의 인기가 떨어지자 호남 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안 대표의 정치적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작년 4월 총선에서 호남 지역을 석권하면서 38석을 얻었다. 특히 정당비례대표 득표는 민주당보다 앞서면서 전국적으로 고루 26.7%나 받았다. 정권 창출 기대감에 고무되었다. 하지만 올해 대선은 참패였다. 호남 텃밭도 잃었다. 4월초 문 후보와 각축을 겨루던 고공 지지도는 한순간의 꿈으로 끝났다. 호남 지역구 의원 23명이 흔들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차기 총선까지 불안하다. 난파하는 배에서 뛰어내릴 준비에 바쁘다. 안 대표를 두고 ‘정치인으로서의 자산이 이미 고갈됐다’, ‘아마추어이고 정치감각이 없다’, ‘함께 당을 못하겠다’는 극단적인 발언이 난무한다.
사면초가에 빠진 안철수와 유승민의 선택은 무엇일까? 중도통합론을 들고 나왔다. 안철수는 외연 확장, 유승민은 내부 단속이 당장 필요하다. 지지세가 많은 안철수는 흡수를 위한 ‘통합론’을, 열세인 유승민은 당대당 ‘협력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이든 연대든 협력이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 사람의 독선적 캐릭터 때문이다. 제3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대나무형 정치문화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뭉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치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약자는 뭉치고 강자는 분열하는게 권력의 법칙이다. 두 사람은 출신은 다르지만 정치노선에서 공통분모가 많다. 강력한 안보, 경제 민주화, 중복지와 중부담 등 정책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한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두 사람 모두 기존 정당을 박차고 나와서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는 사람 교체, 세력 교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두 사람 모두 50대 후반이다. 정치권의 강력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기득권의 해체, 정치 방식과 행태의 혁신, 시대에 걸맞는 정치 비전을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야 제도도 바꾼다. 1970년대 초반 야당인 민주당의 혁신은 세대교체를 통해 이뤄졌다. YS와 DJ의 40대 기수론으로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합리적인 중도 정치 세력 출현에 대한 기대도 크다. 기존의 보수와 진보 정치는 모두 국정운영에 성공하지 못했다. 폐쇄적인 패권주의, 이념주의, 극단주의가 문제였다. 친노와 친문, 친이와 친박 모두 실패했다. 한국 사회는 1987년 이후 민주적으로 성숙했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단순히 진보-보수로 대변할 수 없는 유권자의 층위화가 이루어졌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화이트가 말하는 ‘복합이슈세대’의 등장이다. 이슈마다 세대별, 계층별, 이념별로 찬반이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안보 보수와 경제 진보, 사회 보수와 문화 진보 등 다양한 유권자층이 형성되었다. ‘강남 진보’ ‘청년 보수’도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기존 정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무당파 유권자들이 전체 유권자의 30%에 달한다. 수도권 중심의 2040세대들이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와 유승민을 선택한 28.2%의 유권자가 이들이다. 무당파에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합치면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다.
새로운 정치의 시작은 지역주의 타파이다.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자유한국당이라는 독점구조가 정치 기득권을 양산해왔다. 속된 말로 ‘말뚝만 박으면 된다’는 논리로 강고한 지역패권주의를 형성해왔다. 호남의 국민의당, 영남의 바른정당의 통합은 해결의 첫출발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당 호남파 의원들이다. 안철수 대표의 결단이 요구된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이 절실하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 국민대표주의 정신을 살릴 수 있다. 나아가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도 바꿔야 한다. ‘호남대통령’ ‘영남대통령’이라는 지역 카르텔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 공화제도의 취지를 수용하자면 대통령과 총리가 국정운영을 분담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바람직하다.
국민은 민주 공화주의의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안철수와 유승민의 마지막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신선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지, 아니면 마이 웨이로 고사의 길로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전세계적인 현상인 제3의길, 합리적 중도 정치인의 성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39세 최연소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영국의 토니 블레어의 제3의길,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의 중도정책, 독일 메르켈 총리의 중도 연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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