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공들이는 중국

2017-11-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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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19차 당대회 첫 해외순방국 베트남

일대일로 경제협력, 남중국해 공동개발 등 추진하기로

트럼프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대응 차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사진=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갈등을 겪는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아시아 정책에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2일부터 이틀간 베트남 국빈방문에 돌입했다.
시 주석은 이날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중국과 베트남은 산수(山水)가 서로 맞닿은 좋은 이웃이고, 영광·치욕을 함께한 좋은 친구이고, 마음이 맞는 좋은 동지이고, 협력·상호윈윈하는 좋은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응우옌푸쫑 서기장도 "중국과 함께 양국 간 전통적 우호를 증진하고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파트너 관계를 강화해 양국 인민의 행복과 지역의 평화번영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고위층 왕래를 강화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정치적 상호신뢰를 증진해 갈등을 적절히 처리함으로써 올바른 방향으로 양국 간 관계를 이끌어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를 적절히 처리, 남중국해 공동개발 등 해상에서 각종 협력을 추진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 밖에 양국 정상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베트남의 '양랑일권(兩廊一圈: 두 개의 경제회랑, 하나의 경제권)' 전략을 공동 추진해 경제무역·산업·투자·인프라 건설·통화금융 등 방면에서 협력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농업·환경·과학기술·교통운수 등 방면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랑일권에서 양랑이란 중국 쿤밍(昆明)에서 하노이, 난닝(南寧)에서 하노이에 이르는 두 교통간선을 중심으로 한 경제주랑을, 일권이란 환통킹만 경제권을 일컫는 말이다. 

시 주석은 이번 베트남 방문에 경제 주무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허리펑(何立峰) 주임, 중산(鍾山) 상무부장, 그리고 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광시자치구, 구이저우성, 윈난성 서기를 모두 대동했다. 홍콩 명보는 "이는 중국이 베트남과의 경제협력과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13년 연속 베트남의 최대 무역파트너로,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대중 교역액이 가장 많다. 양국 간 무역액은 올 1~9월 823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다. 올해 양국 간 무역액은 10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앞서 8일 하노이에서 열린 양국 간 무역협약 체결식에서는 83개 무역협정을 비롯해 19억4200만 달러 규모의 경협도 체결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베트남 국빈방문 소식이 13일 중국 당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집중 보도됐다. [사진=인민일보]


중국 관영언론들도 13일 시 주석과 응우옌푸쫑 서기장의 만남을 다룬 사진과 기사로 1면을 도배하며 베트남과의 관계 중요성을 적극 부각시켰다. 당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 격인 종성(鐘聲) 칼럼에서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중국 당·정 지도자가 첫 번째 해외 순방국으로 베트남을 선택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중국과 베트남의 전면적·전략적 협력의 새 국면을 열자"고 강조했다. 

사실 동남아 국가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어온 중국에게 베트남은 가장 껄끄러운 국가 중 하나다. 지난 7월엔 중국이 분쟁 지역에서의 원유 시추를 중단시키는 등 베트남을 압박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시 주석보다 하루 앞서 베트남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베트남간 남중국해 분쟁을) 완화시키거나 중재할 수 있다면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풀이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13일자 사설에서 미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해 "역외세력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에 돈다발을 뿌려 지정학적 정치를 통한 중국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하지만 인류운명공동체로 나아가는 게 21세기 국제관계의 논리"라며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간 관계는 상호 윈윈의 새 시대 원칙 위에 점차 공고히 구축되고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은 '동지+형제'처럼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우스신(周士新)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외교정책소 대국외교실 주임은 온라인매체 펑파이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으로) 미·중 간 대국외교가 이뤄진 이후 서둘러 주변국 외교 공세에 나선 중국이 첫 번째 방문국으로 선택한 곳이 베트남"이라며 "이는 중국과 베트남 간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해결해야 할 의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우 주임은 "양국 간 경제무역관계는 발전잠재력이 크지만 전략적 측면에서는 온도차가 존재한다"며 "이와 관련해 베트남의 관망적 태도가 비교적 뚜렷한 만큼 양국이 소통을 강화해 상호 이해를 촉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남중국해 문제 처리에 있어서 역외대국(미국)이 중국·베트남 관계를 이간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양국의 급선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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