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분당 문제로 인해 드러난 국민의당의 내홍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일부 호남계 의원들뿐 아니라 안철수 대표를 '비토'하는 비안(非安)계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도했던 안 대표의 책임을 물으면서 이 갈등은 안철수계와 비안계 의원들의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안 대표가 8일 예상과 달리 공식적인 자리에서 '책임론' 등과 관련한 말을 아끼면서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힘들어지고 있다.
전날까지 안 대표와 대립했던 호남계 인사인 유성엽 의원과의 다툼 여진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상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대표를 겨냥했다.
당내 갈등 상황을 가리켜 "예고된 대로 당 대표의 리더십이 와해됐다"고 평한 이 의원은 "안 대표가 어떻게든 당 대표가 다시 됐지만, 대선 때 이미 정치적 자산은 고갈돼 버렸다"고 혹평했다.
이에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지도부 의원들이 이 의원을 강력 비난하면서 안 대표를 감싸고 나섰다.
박주원 최고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오늘 아침 라디오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면서 "주변엔 아마추어뿐이라는 등 라이브 인터뷰에서 당 대표와 당 동기를 향해 비수를 꽂았다"고 이 의원을 비난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렇게 어려운 시점에 국민의당의 이름으로 휴일을 반납하고 자원봉사에 땀을 흘리고, 어떤 이는 한 사람이라도 더 당원을 가입시키려고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사기를 떨어뜨리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명길 의원 역시 "당 분란을 어떻게든 키우고 싶어 하며 적폐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해서 우리 당을 부수는 일에 몰두하는 분들, 자제해달라"며 박 최고의원의 편에 섰다.
그러나 정작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지도부 의원들과는 달리 안 대표는 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번 회의는 안 대표가 독일·이스라엘에서 3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갖는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 이틀간 이어진 호남 중진 의원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목이 쏠리는 자리였다.
안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나 방문했던 독일·이스라엘에서의 경험 등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확전'을 바라지 않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