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향후 5년간 미국에 173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한다. 대신 각종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 행정절차 간소화 등 지원에 나서줄 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측에 요청했다.
미국에 투자를 계획하거나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은 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미국 백악관 인사들과 간담회에 참석, 대미 투자계획과 애로사항 등을 전달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우리나라는 안보동맹을 토대로 상호 번영의 역사를 함께 써온 경제 동반자 관계”라며 “최근 5년간 세계 교역규모가 12%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한미 양국간 교역은 12%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 韓 기업, 향후 5년간 대미 투자규모 19조
국내 주요 기업들의 향후 5년간 대미 투자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대한상의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향후 5년간(2017~2021년) 대미 투자‧구매 계획을 조사한 결과, 42개 기업이 총 173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4개 기업이 에너지(228억 달러)를 포함해 총 575억 달러를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주로 미국 현지공장 설립, 생산설비 확충,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투자, 현지기업 인수합병(M&A) 등이 주를 이룬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가전공장을 짓는다. 오스틴에 소재한 반도체 공장에 대해선 2020년까지 15억 달러 가량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LG전자는 2019년까지 테네시주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면적 7만7000㎡ 규모의 가전공장을 건설한다. 향후 이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뉴저지주에 3억 달러를 투자해 2019년까지 신사옥을 건립하고 LG전자, LG생활건강, LG CNS 등 계열사 임직원 1000여명이 입주한다.
SK는 향후 5년간 에너지 분야 등에 최대 4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는 현재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에서 셰일가스 개발 및 LNG 생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총 31억 달러 투자계획을 밝힌 현대차는 친환경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개발, 신차·신엔진 개발 등 분야에 투자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에 나선다.
이 부회장은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와 구매가 실행에 옮겨지면 양국간 무역불균형이라는 문제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美 투자시 세금 감면·행정절차 간소화 등 요청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대미 투자와 관련한 애로사항과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협조 요청사항을 미국 정부 측에 전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이익과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며 “해외투자자들의 미국 내 투자 시 세금 감면 혜택, 투자 과정에 있어 행정적 지원 및 절차 간소화, 연구 인력의 미국 내 원활한 입국 지원 등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도 한국 기업인들이 제기한 요구사항을 경청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경제 정책이 미국 성장잠재력을 제고해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만찬행사가 열린 지난 7일 청와대 영빈관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각 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