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분양가상한제 도입…"정부, 가격 조정 아닌 시장 안정에 골몰해야"

2017-11-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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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건설부동산부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나름 '뜨거운 감자'였던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드디어 지난 7일부터 시행됐다. 사실상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집값 고공행진을 이어온 서울 강남, 송파, 수도권 분당, 과천, 대구 수성 등은 분양가상한제 지정이 유력시된다.

분양가상한제란 주택을 분양할 시 택지비, 건축비에 건설업체들의 적정이윤을 보태 분양가격을 산정하고 그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토록 하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의 도입 취지는 분양가격의 안정을 통해 거래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불거진 청약시장의 과열 요소 중 하나로 분양가격 자율화를 꼽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사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직접 개입을 통해 적정 분양가를 유도함으로써 단기적으로 고분양가 책정 제동에 효력을 발휘하는 효과가 있다. 당장 청약자들이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에 분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는 그 효력만큼이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제도다. 분양가상한제만이 담고 있는 논리를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사회적 변수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지난 1989년 주택법 개정에 따라 분양원가원동제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이래 정부의 주택 정책 비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시행과 폐지를 반복해온 점만 봐도 이를 증명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지정되는 지역은 사실상 서울 전역을 비롯, 대부분 청약 인기지역이 차지한다. 이들 지역은 기본적으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곳인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다면 신규 공급이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한 공급 루트도 사실상 막히게 된다. 조합원의 부담을 높여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대기 수요가 풍부한 인기 단지의 경우 '청약 로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다. 정부의 인위적 가격 개입으로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지니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청약자들이 오히려 폭발적으로 몰리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분양가상한제의 도입 취지인 '서민주거 안정'에서 오히려 한 발짝 멀어지는 것이다. 가격 조정에만 매몰돼 빚어지는 현상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우리 사회에 도입된 지 30여년이 다 돼가는 만큼 어떤 방안보다도 충분한 학습효과가 이뤄진 제도다. 이왕에 대책이 도입됐으니, 정부는 과거 가격 조정에만 골몰했던 사례에 그치지 말고 차후 2~3년 부동산 시장 및 서민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도 탄력적인 제도 운용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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