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변신은 '무죄'…공장 견학, 그 따분함을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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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칙칙한 그곳이 문화향기 가득한 곳으로

역발상의 힘 '산업관광' 두 곳을 소개합니다

산업관광. 생소한 단어다. 산업의 삭막한 느낌 탓일까, 산업과 관광이 만나면 관광 자체의 즐거움이 반감된다고 판단해서였을까. 여행지 순위에서도 매번 뒤처지기 일쑤였던 것이 바로 산업관광이다.

그런 산업관광이 최근에는 여행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유망주로 거듭났다. 

보는 즐거움을 느끼던 여행에서 교육과 재미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여행으로, 그 트렌드가 변화한 덕이다.

국내 다수 기업이 생산 현장 및 홍보시설, 재래·전통산업, 과거 산업유산 등을 활용해 만든 이것들은 양질의 관광 콘텐츠가 됐다.

그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폐공장은 공연장과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지역 최대 주류공장은 박물관을 추가로 짓고 생산시설 투어 프로그램, 시음 체험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여행객들에 호평을 받고 있다.

새로운 볼거리와 체험 거리를 마련하고 여행객에게 배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산업관광지 두 곳을 소개한다. 

◇와이어 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F1963'

와이어 생산 공장으로 유명한 부산 고려제강이 최근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재탄생해 화제다. 

공장을 뜻하는 팩토리(factory)의 앞 스펠링 F와 고려제강이 설립된 년도인 1963을 더해 F1963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지난 1963년부터 2008년까지 54년간 와이어 로프를 생산했던 고려제강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열정과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2008년 이후에는 거의 버려진 공간에 불과했지만 2014년 일부 공간이 부산비엔날레 특별 전시장으로 사용되면서 오늘날 현재 미술품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담은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게 됐다. 

F1963은 국비를 포함해 총 32억원(25억4000만원 하드웨어, 6억6000만원 소프트웨어)을 들여 탄생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다.

고려제강과 부산시, 부산문화재단의 협력 덕에 옛 공장 시설 중 건물 형태와 골조를 뺀 나머지는 공간 운영 목적에 맞게 다시 디자인됐다. 
 

1차 파일럿 프로그램 ‘사운드 아트-투명한 소리를 보다(Listening To Transparency) '이 진행되는 F1963 [사진=기수정 기자]

콘셉트는 '하늘·땅·사람'이다. 하늘과 땅, 사람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1차 파일럿 프로그램 '사운드 아트-투명한 소리를 보다(Listening To Transparency)'를 전시 중인 F1963[사진=기수정 기자]

이곳에서는 현재 1차 파일럿 프로그램 ‘사운드 아트-투명한 소리를 보다(Listening To Transparency) ‘라는 보기 드문 사운드 아트 전시를 진행 중이다.

소리(음악)가 중심이지만 시각예술과 설치미술, 영상, 과학기술을 두루 접목한 이색 예술이다. 듣고 보는 소리에 초점을 맞춘 23점의 작품이 자리하며 입체 예술을 구현한다.
 

맹종죽처럼 길쭉한 여행객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맹종죽 산책로 역시 공장 자재를 활용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전시장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곳에 공장이 정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비된 야외에는 맹종죽 숲길이 조성돼 있다.

맹종죽 사이로 지날때 발을 딛는 디딤돌은 공장 바닥의 콘크리트를 활용해 만들어졌고 공장 지붕을 받치던 나무 역시 방문객을 위한 벤치로 변신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F1963[사진=기수정 기자]

산책로의 끝에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목적에 맞게 카페 테라로사, 수제 막걸릿집 복순도가, 수제 맥줏집 프라하 994 등 다양한 매장이 입점돼 있다. 

특히 강릉에서 시작된 유명한 커피 공장이자 카페인 테라로사는 인기 만점 명소가 됐다.
 

카페 테라로사 F1963점 내부[사진=기수정 기자]

공장에서 사용하던 자재가 그대로 인테리어에 활용됐지만 어색함이 전혀 없다. 오히려 엔틱하면서도 이색적인 분위기가 조화롭다.
 

카페 테라로사 F1963점. 공장 자재를 대부분 인테리어로 활용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기수정 기자]

​일제강점기 공출을 위해 돌로 지었다는 전분 공장을 그대로 둔 채 그 안을 카페로 둔갑시킨 제주 엔트러사이트와도 면면이 닮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커피 향에 한 번 취하고 독특한 내부 분위기에 다시한 번 취하며 오랜 시간을 머문다. 

국내 최대 중고서점 예스24 F1963점도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문학, 인문, 역사, 경제 등 24개의 분야별 중고도서 약 20만권을 갖추고 있다.

◇애주가가 아니어도 좋아···'굿데이 뮤지엄'
 

주류 전문회사 (주)무학이 설립한 굿데이 뮤지엄. 무학의 소주 브랜드 좋은데이 조형물을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2015년 7월, 주류회사 무학이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주류 전문 박물관을 설립했다. 인류와 함께해 온 술의 역사와 문화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둣데이 뮤지엄에서 볼 수 있는 국내 생산 소주 브랜드[사진=기수정 기자]

이 박물관 설립을 위해 무학은 수년간 세계 각국의 술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각 나라의 주류문화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덕에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은 인류가 만든 가공 음료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는 '술'의 모든 것을 눈과 귀에 담을 수 있다.

무학에서 생산하는 소주가 어떻게 제조되는지 그 전 과정을 시찰하는 프로그램 또한 운영된다.

술을 잘 못 마셔도, 술에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다.
 

세계의 술도 이곳 굿데이 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전시관 곳곳을 돌며 전 세계의 술, 술의 역사, 술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쏠쏠하다.

굿데이 뮤지엄이 위치한 무학 창원 1공장 관람으로 시작되는 뮤지엄 투어.

1공장에서만 이곳에선 하루에 70만병이 생산된단다. 생산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이라 근무하는 직원은 20명 가량에 불과하다.

소주 공병이 세 번의 철저한 세척을 거쳐 재활용되는 과정, 이 안에 소주가 담겨 완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 촬영은 금지되지만 상관없다. 그저 눈으로 보고 투어 가이드의 맛깔스러운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전시공간에서는 술의 기원과 술의 어원, 전 세계 술의 종류를 상세히 들어볼 수 있다.
 

70년대 마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재현공간 [사진=기수정 기자]

국가별 대표 주류와 그에 얽힌 이야기, 나라별 술 문화까지 익히는 이 과정은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꽤 흥미롭다.
 

좋은 대포집. 70년대 당시 소주 광고 포스터가 많은 이의 눈길을 끈다.[사진=기수정 기자]

자세한 설명이 끝날 즈음엔 1970년대 주향 마산의 모습과 무학의 과거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등장한다. 60~70년대 드라마 촬영장 같기도 하고 달동네 박물관 같기도 한 이곳에는 무학 양조장, 옛날 선술집 등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무학상회 앞에 마련된 평상, 그곳에 소박하게 차려진 술상이 방문객을 맞는다.[사진=기수정 ]

소박한 술상과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무학 상회, 소주를 제조하던 양조장,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주류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는 무학 대폿집은 부모님 세대에는 향수를, 젊은 층에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물론 사진 촬영공간으로도 손색없다. 

투어 끝나면 오렌지 맛 청량음료 비슷한 소주(알코올 함량은 5%로, 상대적으로 낮다.)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무료다.

일주일 전 홈페이지나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하면 누구나 이곳을 견학할 수 있다. 
 

F1963 야외에 마련된 다목적 공연광장[사진=기수정 기자]
 

굿데이 뮤지엄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카페 테라로사 F1963점을 찾은 한 여성.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들이키며 비치된 서적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술을 만들던 70년대 무학 양조장[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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