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갑옷을 입고 있는 집 같아요.”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노원 제로에너지주택’에서 만난 한 예비입주자는 태양광패널을 이곳저곳에 두르고 있는 단지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노원 제로에너지주택은 국토교통부와 명지대, 노원구, KCC 등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 추진, 건설한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전용면적 39~59㎡, 총 121가구 규모 임대주택 단지에 냉방과 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 5대 에너지 소모 제로화를 목표로 총사업비 490억원을 투입했다.
이날은 지난 10월 입주자로 선정돼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고령자와 신혼부부 등 예비입주자의 사전점검이 진행된 날이다.
제로에너지주택 단지 내부로 들어서보니 난방을 가동하지 않았는데도 한여름처럼 따뜻한 열기가 느껴졌다. 최저기온이 10도까지 떨어졌지만, 창으로 들어온 햇빛을 삼중 창호와 단열재 등이 꽁꽁 잡아두며 기온을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단지는 태양광 발전시스템 이외에도 지열히트펌프 시스템, 열회수형 환기장치 등 고효율 설비기술을 적용해 건설됐다. 특히 삼중 창호와 내화성능 외단열 자재로 단지 전체를 둘러 열 손실을 방지해 기존 주택 대비 에너지 요구량의 61%를 절감하는 등 적은 에너지 사용만으로 여름철 26도, 겨울철 20도의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상 전기콘센트를 통해 사용하는 에너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 및 소비할 수 있어 연간 난방비가 20만원대까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노원구의 한 관계자는 “실험용 주택을 통해 측정한 결과, 지난 겨울 동안 실험주택의 난방에너지 사용량이 일반 주택 대비 96.9% 절감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로에너지 실현에만 신경 쓴 나머지 일반적인 내부 마감 등을 놓고는 하자가 많다는 예비입주자의 지적이 쏟아졌다.
아파트형 제로에너지주택에 입주할 예정인 이모씨(32·여)는 “국내 최초로 고비용, 고효율 자재 등을 사용해 제로에너지화를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기본적인 벽지와 바닥 등 마감 불량 문제가 대부분 가구에서 발생했다”며 “사전점검 한 시간 동안 하자보수 스티커를 30여곳이나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로에너지주택의 비싼 관리비도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노원 제로에너지주택 아파트형(전용 49㎡ 기준)의 경우 임대보증금 최대 전환 시 1억2500만원에 월 임대료 17만4000원으로 거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태양열과 지열 등을 이용하는 제로에너지주택의 특성상 고층으로 주택을 지을 수 없어 인건비와 시설물 유지관리비 등이 포함된 관리비가 가구당 15만~20만원까지 치솟는다. 기존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단지 면적 대비 가구수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올 연말 이사를 계획했던 박모씨(30)는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월 40만원까지 주거비용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고 입주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며 “임대주택임에도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이미 입주를 포기하겠다는 이들도 여러명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