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마오타이 빼고 중국증시 논하지 마라" 마오타이酒 경제학

구이저우마오타이[사진=아주경제DB]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이하 마오타이) 주가가 내년 600위안(약 10만원)까지 오를 것이다."

약 반년 전인 지난 4월 18일 '중국의 워런버핏'이라 불리는 유명 주식투자 대가 단빈(但斌) 선전 둥팡강완(東方港灣)투자관리유한공사 회장이 예언한 마오타이 주가 상승 전망이다.  당시 마오타이 주가가 400위안 선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다. 그때만 해도 주식투자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가가 600위안까지 갈까?’, ‘기껏해야 500위안이겠지’라고 설마 설마 했다.

그럼에도 단빈 회장은 줄곧 ‘마오타이 찬양론’을 펼쳤다. 그는 “중국의 바이주(白酒·고량주)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마오타이는 천년 만년이 지나도 영원히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당시 중국 증시의 빅마우스로 통하는 경제 전문가 한즈궈(韓志國)가 “증권당국에서 저 사람을 잡아다 조사하지 않으면 그건 직무유기이고 범죄"라며 단빈의 마오타이 찬양론을 거침없이 비난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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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빈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마오타이 주가는 지난 9월 25일 500위안 돌파에 이어 한달 만인 10월 26일 600위안까지 거침없이 돌파했다. 

마오타이 주가 상승세[아주경제DB]

◆마오타이 주식 "오르고, 또 오르고"

마오타이는 중국 바이주를 대표하는 고급술 브랜드다. 중국증시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황제주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 8월 상하이 거래소에 상장한 이래 수년째 ‘황제주’ 지위를 지켜왔다. 그래서 중국 증시에는 '마오타이의 저주'라는 말도 있다. 마오타이 주가를 뛰어넘은 종목이 생기면 그것은 증시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의미해 전체 증시 폭락장으로 이어진다는 일종의 가설이다.

마오타이는 이미 세계 최대 주류회사로도 등극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4월 조니워커로 유명한 영국의 위스키 제조 업체인 디아지오를 제치고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주류회사로 올라섰다. 마오타이 시가총액은 10월말 기준 7700억 위안(약 130조원) 남짓이다. 이는 지난해 구이저우성 전체 지역 GDP(1조1700만 위안)의 3분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마오타이는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를 통틀어 시총이 여덟번째 높은 상장사에 등극했다. 

전문가들은 마오타이 주가 상승세의 이유로 실적 상승세와 탄탄한 기초체력과 더불어 중국 소비시장 성장, 바이주 경기 회복세를 꼽는다.

마오타이 실적[아주경제DB]

실제로 올 3분기 마오타이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마오타이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8.4% 급등한 87억3000만 위안(약 1조4700억원)에 달했다. 이로써 마오타이의 올 1~3분기 순익은 60.3% 늘어난 199억8400만 위안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9.4% 뛴 424억5000만 위안에 달했다. 리바오팡(李保芳) 마오타이그룹 총경리는 "올해 마오타이 매출액이 600억 위안을 돌파해 순익이 3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 국경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마오타이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공급량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중국 현지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마오타이는 올 3분기에만 1만t의 물량을 시중에 공급했다. 이는 상반기 전체 공급량(1만3000t)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연말연시 춘제(春節 음력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마오타이 수요는 여전히 왕성해 공급물량은 여전히 딸리고 있는 상황이다.

각 기관들은 잇달아 마오타이의 주가 목표치를 추가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중금공사는 고급 바이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주가 목표치를 최고 845위안까지 올렸다. 초상증권도 지난 11일 마오타이 주가 목표치를 640위안으로 상향 조정한지 반달만인 26일 725위안으로 올리고 '강력추천'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마오타이는 중국증시 '가치투자'의 대표격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매입하는 종목이다.

매일경제신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56개 공모펀드사, 336개 펀드 보유종목에 마오타이가 포함됐다. 이들의 전체 마오타이 주식 보유량은 3284만주에 달한다. 올 3분기에만 펀드운용사 42곳이 마오타이 주식을 매입했다. 마오타이 주식을 매도한 펀드사는 13곳에 불과했다.

마오타이 주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주가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 선눙(神農)투자 천위(陣宇) 대표는 최근 웨이보를 통해 지금이 마오타이 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며 시진핑 지도부의 군부 금주령, 기관투자자들의 마오타이주 매도, 글로벌 주류문화 확산 등 여섯 가지 이유를 댔다.

◆'反부패' 칼날도 극복

사실 마오타이 주가도 그 동안 부침을 겪었다. 특히 2012년말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하자마자 시작된 부패와의 전쟁 속에 호화사치 척결을 외치며 ‘고급술’ 대명사였던 마오타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시진핑 주석이 삼공소비(三公消費·공무원의 차량비, 출장비, 접대비) 규제를 강화하면서 각종 접대가 줄었고, 마오타이는 찬밥신세가 된 것.

마오타이주 병당 가격은 꽤나 비싸다. 주력상품인 53도짜리 페이톈(飛天) 마오타이주 한병의 소비자 가격이 1300위안,  우릿돈으로 21만원 정도다.

값이 비싸다보니  중국에서 마오타이는 집에서 마시기 보다는 주로 접대용으로 쓰여 고위 관료나 기업인들의 술자리 연회에서 빠지지 않았다. ‘뇌물’로 안성맞춤인 게 마오타이주였다. '마오타이를 사는 사람은 마오타이를 마시지 못하고 마오타이를 마시는 사람은 마오타이를 사지 않는다(買者不喝, 喝者不買)'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실제로 중국 군부 사상 최악의 비리를 저질렀던 고위 장성 구쥔산(谷俊山) 전 중국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 자택에서는 거액의 현금다발과 함께 마오타이 1만여병이 발견되는 등 마오타이는 ‘부패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부패와의 전쟁’으로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유지하던 마오타이의 2014년 매출 증가율은 1%에 그쳤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2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주당 220위안에 근접했던 마오타이 주가는 2013년엔 주당 120위안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마오타이의 '암흑기'는 2014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가 2015년 들어서 마오타이 주가도 점차 살아나기 시작하며 200위안선도 회복했다. 시진핑 지도부의 '부패와의 전쟁'으로 침체됐던 바이주 업계에도 서서히 봄날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반부패 운동을 계기로 마오타이가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소비층 확대 전략에 나서면서 시장의 환영을 받았다. 마오타이는 기존의 고급 브랜드는 그대로 두면서 일반 중산층, 젊은층을 겨냥한 중저가 브랜드 제품을 선보여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판매 활로도 넓혀서 대리점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홈쇼핑 등에서 마오타이주 판매를 시작했다. 이밖에 주류업 외에 은행, 보험 등 금융업 등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마오타이는 브랜드와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마오타이 대학’도 세웠다. 마오타이는 올해 마오타이 제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을 세워 정식으로 신입생을 모집했다. 마오타이 그룹 본사 소재지인 구이저우성 런화이(仁懷)시에 들어선 마오타이 대학은 4년제 대학으로, 중국 최초 바이주(白酒) 업종의 전문인력 양성기관이다.

◆한중수교酒…마오타이의 역사

마오타이주 제조의 기원은 무려 2000여년 전인 한(漢)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35년 한무제(武帝)가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에서 가져온 술을 칭찬했다는 이야기에서 마오타이가 등장한다. 공식적인 제조역사만 800년이 넘는다.

마오타이의 역사는 중국 근현대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공전쟁 당시 장제스 군대에 쫓기던 홍군 병사들이 마오타이술로 상처를 치료한 이야기, 마오쩌둥이 오랜 친구이자 벗이라 묘사했던 김일성에게 마오타이주를 선물로 보냈던 일화, 1915년 파나마 국제박람회에서 마오타이 술병이 바닥에 떨어져 사방으로 퍼진 진한 향 덕분에 은상을 수상한 이야기, 1972년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이뤄낸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저우언라이 총리와 마오타이술로 건배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일화까지, 마오타이와 관련된 역사 속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한·중 수교 협상 당시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던 양국 대표들이 긴장을 풀기 위해 마오타이술을 많이 마셔 '한·중수교주'가 됐다는 이야기도 우리나라에서 유명하다.

중국 지도자들과 함께 역사를 해온 마오타이는 한때 중국의 '국주(國酒)'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이징팡, 우량예 등 다른 고급술 브랜드의 반발에 밀려 올초부터 '국주' 상표권을 쓸수없게 된 사연도 있다.